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우여곡절 끝에 발사 14일 만인 9일 새벽 5시12분(한국시각 밤 9시12분)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로 무사히 귀환했다. 우주왕복선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것은 2003년 2월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 이후 2년6개월만이다.
디스커버리호는 이날 착륙 1시간5분 전인 오전 4시5분께 태평양 상공에서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하강했고, 12만㎞ 상공(착륙 32분 전)의 대기권에 진입한 뒤에는 지그재그식 활공 비행으로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면서 성공적으로 에드워즈 기지에 안착했다.
디스커버리호는 전날 착륙을 1차례 연기한 데 이어, 이날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 2차례 착륙시도를 했으나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착륙지를 에드워즈 기지로 변경했다.
우주왕복선의 안전 점검을 위해 발사된 디스커버리호는 우주정거장에의 보급품 전달 및 장비 수리라는 원래 계획했던 임무 외에 사상 최초의 우주 유영을 통한 왕복선 선체 정비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발사 직전 연료 계기판 이상으로 발사가 한 차례 연기됐고, 지난달 26일 발사 때는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의 원인이 됐던 외부연료탱크의 발포 단열재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왕복선 본체에 큰 손상을 주진 않았으나, 본체의 단열 타일들의 틈을 메운 충전재가 돌출해 우주 공간에서 수리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왕복선의 무사 귀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 이후 10억달러를 들여 우주왕복선의 각종 안전장치 개선에 나섰음에도 같은 사고가 재발하자 단열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우주왕복선 운항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25년 동안 이어져 온 나사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디스커버리호의 무사 귀환으로 구겨진 체면을 살렸지만 미 여론과 의회 등의 곱지 않은 시선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2010년 차세대 유인 우주탐사선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예정된 20여 차례의 추가 비행을 완수하지 못한 채 조기 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학준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