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몰장병 어머니 크로퍼드 목장서 천막농성
“부시 대통령 얘기 좀 합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그와 만나면 내 아들의 죽음을 더이상 전쟁을 계속하는 명분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겠다.”
지난주 이라크에서 미 해병대원 14명이 한꺼번에 숨진 직후, 부시 대통령은 “장병들은 숭고한 목적을 위해 숨졌다. 우리는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이라크 전몰군인의 어머니 신디 쉬한(48·캘리포니아 거주)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6일부터 부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 크로포드목장 앞에 텐트를 치고 부시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죽은 내 아들 전쟁 명분 삼지 말라. 왜 고관 자식은 전쟁터 안 보내나”
그는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시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이라크전쟁의) 목적이 그렇게 숭고하다면, 왜 전쟁터에 (부시의 두 딸인) 제나와 바바라, 또 전쟁을 기획한 고위관리들의 아들딸들을 보내지 않느냐고 묻겠다”고 말했다.
쉬한의 아들 케이시(24)는 지난해 4월4일 바그다드 부근에서 숨졌다. 기술병인 그는 부상당한 동료를 구하는 임무에 자원했다가 매복중인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그해 6월 쉬한은 부시 대통령을 한번 만났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군 기지가 있는 포트루이스에서 다른 전몰장병 가족과 함께였다. 쉬한은 이라크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부시에게 다가설 수가 없었다. 그 뒤 쉬한은 반전운동가로 거듭 났다.
전몰장병 가족들의 모임인 ‘평화를 위한 금빛 별 가족들’을 설립했고,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부시를 찍지 말자”는 텔레비전광고에도 출연했다. 그가 출연한 광고는 전국적 온라인조직인 ‘무브온’의 눈에 띄어 몇 개 주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부시의 재선도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올 1월 부시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 때엔 워싱턴디시로 올라와, 시내중심가에서 취임 축하 퍼레이드를 보다가 부시 차량이 지나는 순간 등을 보이는 항의시위에 참여했다.
크로포드 목장 앞 농성이 쉬운 건 아니다. 벌레나 뜨거운 햇볕도 힘들지만, 인근 주민들의 차가운 눈초리가 그에겐 더 견디기 힘들다. 그래도 ‘크로포드 평화의 집’이란 시민단체가 그의 농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전했다.
지난 6일엔 조 하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그의 텐트에 찾아와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쉬한은 부시 대통령과 만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은 8월 말까지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쉬한 역시 “8월 한달동안 계속 여기서 농성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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