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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총기규제, 대선쟁점으로…오바마·롬니 침묵

등록 2012-07-22 19:10수정 2012-07-22 21:33

미 ‘다크나이트’ 극장 참변
범인, 총포상서 합법적 총기구매
인터넷서 탄알 6000발 이상도 사

NYT·WP 등 총기규제 강화 촉구
멕시코 대통령, 이례적 비판 가세

남·서부지역선 총기소유 옹호해
대선주자들, 표심 건들까 애도만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일어난 영화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제임스 홈스(24)는 이번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덴버시 오로라의 한 총기판매점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했다. 또 그는 인터넷으로 6000발 이상의 탄알을 역시 합법적으로 구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선 다시 느슨한 총기 규제 문제가 도마에 올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2007년 버지니아텍 참사 이후 줄곧 ‘총기 소유 금지’를 주장한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향해 총기 규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블룸버그 시장은 20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를 보내는 것보다 정책적 방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 의장을 맡은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 시장도 21일 “연방정부 차원의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치인들은 말로만 애도와 슬픔을 논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고, ‘폭력정책센터’ 등 총기 소유 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해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들은 “통제 불가능하게 된 총기산업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총기 규제를 주장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웃나라인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미국의 총기정책 재고를 주장했다. 마약조직과 전면전을 선포했던 멕시코는 마약 폭력의 주된 배경으로 미국에서 밀반입되는 불법 무기를 꼽아왔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대형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 남부와 서부 쪽에선 총기 규제 반대 여론이 높은데다 회원 400만명인 전국총기협회(NRA) 등의 로비로 인해 정치권은 늘 이 문제에 미온적이었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마저도 2000년 앨 고어 후보가 총기 규제법을 들고나왔다가 고전했던 기억을 떠올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오바마와 롬니는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했지만 총기 규제와 관련해선 전혀 언급을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총기 문제는 수많은 ‘표’가 걸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후보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더 강력한 총기 규제가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데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도 총기 소유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다. 중도성향 싱크탱크 ‘제3의 길’의 맷 베닛 설립자는 “개브리엘 기퍼즈 의원이 머리에 총을 맞았을 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극장 관객 12명이 총을 맞았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엿새간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폭스 뉴스>는 22일 경찰이 범인 제임스 홈스의 공범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을 추적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홈스와 같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0일 이들이 다닌 대학 캠퍼스를 수색했으며, 이 남성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경찰은 “현재까지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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