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의 경선 레이스서 압승
오랜 준비·풍부한 재산 밑천돼
대항마 굳혀도 본선 승리 의문
베인 캐피털 경력 등 발목잡혀
오랜 준비·풍부한 재산 밑천돼
대항마 굳혀도 본선 승리 의문
베인 캐피털 경력 등 발목잡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설 공화당 후보로 밋 롬니(64)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확정됐다.
롬니 전 주지사는 29일 155명의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데 필요한 전당대회 대의원 숫자인 과반 1144명을 확보했다. 롬니가 이날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면서 5개월 가까운 경선 레이스는 막을 내렸다.
1947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재벌가에서 태어난 롬니는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투자컨설팅회사인 베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또 최초의 모르몬교 미국 대통령 후보이기도 하다.
롬니는 지난해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가 막을 올린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이 롬니를 대선 후보로 택하는 과정에서 4년 전의 ‘오바마 열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롬니가 공화당 후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선에 함께 나선 공화당 후보들이 워낙 약체였기 때문이라는 게 냉정한 평가다. 경선 전에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경선 불참을 선언하면서 처음부터 롬니의 독주가 예상됐다.
또 4년 전 경선에 나섰던 롬니는 당시의 조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2억5000만달러로 알려진 재산이 있었다. 게다가 ‘미스터 펀딩’이라고 불려질 정도로 정치자금 모금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고, 또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자금이 롬니에게 집중되며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본선에서 롬니가 현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오바마와 롬니의 대결은 점점 박빙이 되고 있다. 어차피 선거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대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랜 경제침체에 지친 유권자들이 오바마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가 이달 말 여론조사한 결과, ‘대선이 지금 실시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오바마가 49%, 롬니가 46%로 나타났다.
하지만 롬니로서는 경선에서도, 본선에서도 ‘프로(Pro) 롬니’가 아닌, 반사 표만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04년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반대하는 표를 흡수했으나 결국 대선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또 베인캐피털 최고경영자 경력은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부상시켜 주기도 했지만, 당시 베인이 ‘지에스티(GST) 철강’을 사들여 이익만 챙기고 파산시켰다며 오바마 캠프로부터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흡혈귀’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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