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에 온전히 의존
하루전날 일정 바뀌기도
“미국쪽에서 언론통제 요청”
취재진에 알레르기 반응
하루전날 일정 바뀌기도
“미국쪽에서 언론통제 요청”
취재진에 알레르기 반응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파견된 민관 현지조사단이 숨가쁘게 현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나, 이번 조사가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시킬 수준까지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한 조사단은 1일 메릴랜드주의 동식물검역소, 2일 아이오와주 에임스에 있는 국립수의연구소를 거쳐 3일에는 문제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가공공장 인근의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 도착했다. 사흘 만에 미국 대륙을 횡단할 정도로 숨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단 활동은 온전히 미 당국에 의존하고 있어 조사가 미국 쪽 설명을 듣고 납득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리 일정을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악화를 막고자 ‘일단 보내고 보자’는 식으로 파견되는 바람에 조사단은 당장 내일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루 전날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 비행기 좌석이 부족해 조사단이 두 팀으로 나눠 이동하기도 했다. 조사단 요구를 미국 쪽이 받아 일정이 정해지지만, 미국 쪽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곳을 보여줄 리는 만무하다.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한국 정부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작업장을 점검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만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미국 쪽에서 합의하지 않으면 한국 조사단이 독자적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국 쪽은 숙소 섭외, 이동버스 등 편의를 제공하고, 농무부 직원의 안내 등 친절을 베풀고 있지만 조사가 미국 쪽 의도와 계획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조사단’이 ‘견학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구조다.
또 이번 조사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광우병 젖소가 살았던 목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인데, 성사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목장주가 조사단 방문을 거부하고 있지만, 미 당국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사단은 인근 다른 목장이라도 방문할 계획이지만, 이는 미국산 쇠고기 생산현장 확인이라는 파견 검역관의 일상 업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광우병 젖소의 가족력을 확인해 조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조사단과 농림수산식품부는 언론의 접근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는 2일 브리핑에서 “조사단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조사단을) 힘들게 해 조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기자들 때문에 농장 방문 섭외도 더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취재 중단’을 호소했다. 미국 쪽에 끌려가면서 결국 미국 쪽 입장을 다 납득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조사 모습을 현장에서 낱낱이 지켜보려는 언론을 극도로 부담스러워하며, 신경질적으로 언론을 핑계 대려는 모습이다.
워싱턴에서 아이오와, 프레즈노 등 조사단을 쫓는 한국 특파원들은 방문하는 연구소 입구와 공항 등에서 조사단을 잠시 마주칠 수 있을 뿐 조사단이 다음에 어느 도시로 가는지도 알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 조사단원은 “미국 쪽에서 한국 언론을 통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자신들을 따라오지 말 것을 요청했다. 미 정부 관계자가 ‘언론 통제’라는 표현을 쓰며 해당국 정부 관계자에게 이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상식적으로 믿기 힘들뿐더러, 다음날인 1일 존 클리퍼드 미 농무부 수석수의관은 동식물검역소 앞으로 직접 나와 한국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조사단장인 주이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질병방역부장은 “미국 쪽이 우리가 요구하는 일정을 계속 들어주고 있다”며 “뭘 숨기려는 게 아니며, 한국에 돌아가서 전체적으로 종합해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3일 처음으로 브리핑을 하는 등 조금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프레즈노(캘리포니아)/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경기동부연합 ‘숨은 실세’ 이석기는 누구?
■ 정규직 ‘희망고문’에 성희롱도 참아야만 했다
■ 왁스칠에…디도스특검 ‘두번째 수모’
■ ‘10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준 집배원
■ 여당 대선주자-박근혜 측근 설전 격화… ‘감정싸움’ 양상
■ 경기동부연합 ‘숨은 실세’ 이석기는 누구?
■ 정규직 ‘희망고문’에 성희롱도 참아야만 했다
■ 왁스칠에…디도스특검 ‘두번째 수모’
■ ‘10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준 집배원
■ 여당 대선주자-박근혜 측근 설전 격화… ‘감정싸움’ 양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