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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LA 폭동 20주년…“이제 관심은 경제”

등록 2012-04-29 22:14

흑인 줄고 히스패닉계 늘어
한인타운, 역동적 지역 부상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20주년을 맞아 미 언론들이 당시를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달라진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엘에이 흑인 폭동은 지난 1992년 4월29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미밸리 법원에서 경찰의 정지 지시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흑인 로드니 킹을 곤봉으로 마구 때린 백인 경찰관들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해 6일동안 방화·약탈이 일어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평소 흑인 인접지역에 있으며 흑인들을 무시한다고 여겨진 한인들이 집중타격을 받았다. 찰리 벡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장은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엘에이 폭동 당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경찰의 실책을 인정했다. 당시 경찰은 폭동이 과격해지자 백인 거주지역에만 방어선을 구축해 한인타운을 폭도들에 내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벡 청장은 지금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그때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타임>은 당시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80%가 백인이었지만 지금은 40%뿐이라고 전했다.

한인타운은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떠올랐고, 젊은 세대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8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인종들이 서로 교류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인종갈등이 아닌 경제”라고 전했다. 한인단체들은 29일 한인, 흑인, 라티노 등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인종 커뮤니티가 참가하는 평화 대행진을 연다.

폭동 진원지였던 과거 흑인 집단 거주지역인 사우스엘에이는 이젠 흑인이 아닌 중남미 히스패닉 거주지역으로 바뀌었다. 한인타운의 흑인 인구는 이제 5%에 불과하다. <뉴욕 타임스>는 1990년대에는 흑인이 사우스엘에이 지역 인구의 절반이었으나 지금은 히스패닉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종 분포가 바뀌어도 폭동의 근본적 원인인 이 지역의 사회·경제적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많은 사람들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고등학교 퇴학률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폭동을 촉발시킨 당사자 로드니 킹(47)은 폭동 20주년에 맞춰 최근 자서전을 펴냈다. 킹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게 20년 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며 “자신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경찰관들을 모두 용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킹은 두통에 시달리고 다리를 저는 등 당시 폭행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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