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조항 놓고 대법관들 입씨름
“개인 자유 침해” “정부의 의무”…대선 대리전 양상
“개인 자유 침해” “정부의 의무”…대선 대리전 양상
“내가 의료보험을 사지 않으면, 그것은 의료비용을 올려 다른 사람들에게 의료비를 전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으면,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이 원치도 않는데, 억지로 자동차를 사야 하느냐?”
“비교가 잘못 됐다. 자동차나 음식은 사람들이 그 효용을 충분히 예상하고 진입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의료 시장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어떤 효용이 발생할지 알지 못한 채 진입하는 시장이며, 이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그 혜택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은 다 죽으니, 모든 국민들이 매장 보험도 들어야 하는 것이냐?”
‘오바마 개혁’의 상징인 의료보험 개혁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이틀째 심리가 열린 27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 안에서는 의보개혁법의 핵심요소인 ‘의료보험 가입 강제조항’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부 쪽을 대표하는 도널드 베릴리 법무차관이 보수적인 입장의 대법관들의 파상공세에 온몸으로 맞섰다.
보수 성향의 안토니 케네디 대법관은 “맹인이 자동차 앞으로 나아갈 때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맹인이 입을 사고를 막지 않았다면, 그가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그가 맹인이 차에 치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연방정부의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규정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료보험 가입 강제규정을 두는 것은 국민에 대한 보호라는 정부의 의무”라며 정부를 옹호하는 등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미 26개 주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의료보험 개혁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26일부터 시작된 이번 심리는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개인의 자유권,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 등 미 헌법의 근본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심리가 지난 2000년 조지 부시와 앨 고어의 대선 투표결과 판결 심리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심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오는 11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흘째인 28일에는 의료보험 가입 강제규정이 의보개혁법에서 제외될 경우, 법안이 완전히 폐기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법안은 유효한 것인지에 대한 심리가 진행된다. 현재 대법관 9명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분포돼 있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번 심리의 판결은 빨라야 오는 6월에 내려지며, 대법원이 재판관할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판결은 오는 2015년 이후로 넘어가게 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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