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교전중 죽었다던 미군, 아군총 맞고 버려져

등록 2012-02-28 20:43수정 2012-02-28 22:52

2006년 데이비드 섀럿 일병이 그의 아버지와 미국 조지아주 포트베닝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활짝 웃고 있다. 데이비드 섀럿 시니어 제공
2006년 데이비드 섀럿 일병이 그의 아버지와 미국 조지아주 포트베닝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활짝 웃고 있다. 데이비드 섀럿 시니어 제공
이라크 파병된 뒤 주검으로
군 상대로 외로운 진실규명
4년만에 억울한 죽음 밝혀
[의문사 규명한 아버지 섀럿]

미국 버지니아주 섄틸리고등학교 영어교사인 데이비드 섀럿은 지금도 종종 4년 전 이라크에서 숨진 아들이 진흙 묻은 군화를 신고서 지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꿈을 꾼다.

섀럿은 2008년 1월 아들 데이비드 주니어의 전사 소식을 통보받았다. 2006년 군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견된 아들이 바그다드 북쪽에서 매복중인 무장단체와의 교전에서 숨졌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데이비드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아내와 이혼해 지금의 아내와 재혼할 때까지 혼자 아이를 키웠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학교에 데려와 교실 뒤편에 데이비드를 앉혀놓곤 했다.

섀럿은 마음을 추스르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그해 5월, 섀럿은 집으로 찾아온 사상자 지원병으로부터 데이비드가 아군 총격으로 숨졌다는 설명을 들었다. 애초 군의 설명과 달랐다. 그로부터 5개월 뒤, 또다른 사상자 지원병이 들고 온 보고서는 데이비드가 작전 당시 아군 식별장치를 켜지 않아 적으로 오인한 아군의 총격에 희생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총을 쏜 아군이 누군지, 아들의 주검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무인정찰기 등이 찍은 비디오가 있었는지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의문이 커져갔다.

이듬해 2월 아들의 이라크 전우 몇 명이 아버지를 찾았다. 그리고 작전 당시 장면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전하면서 그때 출동했던 병사 6명 중 3명이 아군 총격에 숨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군이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군은 데이비드가 무인정찰기의 카메라 바깥에서 움직여 그가 어떻게 숨졌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로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화면을 통해 아들이 총을 맞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장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슬픔은 분노로 변했다. 아버지의 외로운 진실규명 작업이 시작됐다. 함께 숨진 다른 병사들의 부모들과 연락해 공동전선을 폈고, 아들과 같은 부대에 있던 병사들, 군 고위 관계자 등과 접촉했다. <뉴욕데일리 뉴스>의 기자인 제자의 도움으로 2009년 4월 신문에 기사화되는 등 여론작업도 병행했다. 섀럿은 조지 케이시 육군 참모총장에게 진실규명을 간곡히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가 참모총장의 마음을 움직여 재조사가 실시됐다.

그리고 아들을 쏜 아군이 현장 지휘관이었고, 출동 당시 지휘관이 아군 식별장치 조작에 대해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는 점 등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데이비드가 총에 맞은 직후, 지휘관은 다른 부상병들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5분 만에 부대로 복귀했고, 헬리콥터가 다시 전투 현장으로 와 데이비드를 데려가기까지 1시간15분이 걸렸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데이비드는 병원 후송 1시간 뒤 사망했다. 아버지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총에 맞은 채 간절히 구조를 기다렸을 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그 사건에도 불구하고 승진했던 지휘관은 군복을 벗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1면 일부와 2개면을 할애해 이 부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김재철 사장 쉬는날에만 호텔결제 98번, 왜?
이건희 회장 형 이맹희, ‘삼성 킬러’와 손잡았다
자궁경부암 백신, 필요한 소녀 못맞고…불필요한 아줌마 맞고…
워싱턴포스트의 반성문 “유혹을 이기지 못해…”
삼성·하이닉스와의 ‘치킨게임‘에…일본 엘피다 침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백악관 “한국 상황에 계속 공개적 발언”…윤 대통령 견제 의지 피력 1.

백악관 “한국 상황에 계속 공개적 발언”…윤 대통령 견제 의지 피력

“윤석열 비상계엄은 매우 문제적, 심각한 오판”…미 관리들 노골적 비판 2.

“윤석열 비상계엄은 매우 문제적, 심각한 오판”…미 관리들 노골적 비판

고속도로 운전 중 다리에 뱀이 스멀스멀…기겁한 운전자 대응은 3.

고속도로 운전 중 다리에 뱀이 스멀스멀…기겁한 운전자 대응은

주요 외신들 “한국에서 계엄령이라니…충격, 기괴한 일” 4.

주요 외신들 “한국에서 계엄령이라니…충격, 기괴한 일”

중국, 한국 계엄 사태에 “내정 언급 않겠다” 5.

중국, 한국 계엄 사태에 “내정 언급 않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