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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총기자살 참았더니…‘징역 40년’ 감옥갈 판

등록 2012-02-21 21:12수정 2012-02-21 22:18

우울증 시달린 미 참전용사
극단적 선택 직전 맘 돌리자
불법무기제조 혐의로 기소
지난해 6월8일 한밤, 미국 버지니아공대를 배회하던 참전용사인 숀 두발(45)은 가족에게 쓴 유서와 직접 만든 총 한자루를 들고 있었다. 실업, 이혼, 홈리스, 그리고 우울증,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진 그의 유서는 자신이 참전용사 묘지에 묻힐 자격이 있음을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두발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려 보훈처의 자살방지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는 그를 진정시킨 뒤 경찰에 연락했고, 정신과 치료를 통해 두발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그에겐 불법 무기 제조와 소지 혐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대 징역 40년형까지도 가능한 범죄다.

두발의 사연이 알려지자, 재향군인들과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들고일어났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수많은 참전 군인들이 심리적 문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면 누가 상담을 받겠느냐는 것이다. 두발의 국선 변호인인 랜디 카길은 “두발은 나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썼지만, 그가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 정부는 그를 배신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두발을 기소한 검사인 티머시 히피가 에릭 신세키 보훈부 장관의 사위라는 점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히피 검사 쪽은 21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참전용사들도 법 앞에는 평등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무기 제조 및 소지는 명백한 불법이고, 특히 자살하려던 당시 두발이 있었던 곳은 최악의 총기사고가 일어났던 버지니아공대였다”고 말했다.

두발의 집안은 대대로 군인 가족이다. 할아버지는 2차대전, 아버지는 베트남 참전용사였다. 어머니도 해병대에서 근무했다. 두발도 1991년 해병대에 입대해 곧바로 걸프전과 소말리아 지역으로 파병됐다. 동료들은 두발이 성실하고 헌신적이었다고 전한다. 두발은 1995년 제대한 뒤, 고향인 버지니아주 로어노크로 돌아와 철강회사 등에서 근무했으며, 버지니아공대에서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의 상흔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에게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는 2006년께부터 약물중독 등으로 몇 차례 경찰 신세를 졌고, 2010년에는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사이 그는 실직, 이혼, 홈리스 등 점점 파국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자살 사건을 계기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두발은 다행히 심리상태가 호전돼 새 일자리를 얻었고, 살 집도 구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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