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부인·아들 공모해
친가족 집단살해 종신형
캐나다 사회 발칵 뒤집혀
친가족 집단살해 종신형
캐나다 사회 발칵 뒤집혀
명예살인인가, 사고사인가. 아니면 야만적 친족살해인가.
캐나다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족이 친가족 집단살해 혐의로 종신형 평결을 받았다. 이슬람권의 악습인 ‘명예살인’이 새삼 도마에 오르면서 캐나다 사회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일부다처제와 명예살인이 인정되는 아프간의 가부장적 문화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서구문명이 한 가족 안에서 정면충돌한 끔찍한 비극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고등법원은 29일 첫째 부인과 딸 3명 등 가족 4명을 운하에 빠드려 죽인 혐의로 모하마드 샤피아(58)와 그의 둘째 부인 투바 야흐야(42), 이들 사이에서 낳은 아들 하메드(21) 등 3명에게 ‘일급 살인죄’ 평결을 내렸다고 현지 뉴스통신 <캐나디언 프레스>가 보도했다. 캐나다에는 사형제가 없으며, 1급 살인죄에는 ‘25년내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이 자동으로 선고된다.
로버트 매인저 판사는 “이보다 더 가증스럽고 비열하며 불명예스런 범죄를 상상할 수 없다”며 “냉혹하고 수치스런 살인이 벌어진 이유는 무고한 희생자들이 문명사회에선 설 땅이 없는 ‘비뚤어진 명예 관념’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샤피아는 법정 진술에서 “우리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판결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야흐야도 “나는 엄마이지, 살인자가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9년 6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온타리오주 킹스턴의 운하에 자동차가 추락해 타고 있던 4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된 것. 사망자는 자식을 못낳은 샤피아의 첫째 부인 로나 아미르 모하마드(52), 샤피아가 둘째 부인에게서 얻은 딸 자이나브(19), 샤하르(17), 지티(15)였다. 이들은 당시 나이애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몬트리올 자택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 이틀 뒤 이들의 친혈육들이 피의자로 체포됐다.
아프간의 사업가였던 샤피아는 1992년 가족을 데리고 고국을 떠나 파키스탄, 두바이 등을 거쳐 2007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그러나 아프간 전통과 이슬람 가치관을 고수하는 아버지와 자유분방한 서구 문화에 동화한 10대 딸들 사이엔 갈등의 골이 깊어져왔다.
검찰은 피고들이 피해자들을 먼저 익사시킨 뒤 차 안에 넣고 운하에 빠뜨렸다고 주장한다. 딸들이 아버지의 허락 없이 남자 친구를 사귀고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는 등 이슬람 율법을 어겨 부녀간에 충돌을 빚었으며, 이후 딸들이 여성 쉼터로 피신하자 살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샤피아가 딸들을 집에 감금힌 채 종종 살해 협박을 했다는 증언, 샤피아가 딸들을 “매춘부” “배신자”라고 꾸짖는 녹음 테이프도 나왔다.
반면 피고와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이 들뜬 기분에 운전과실로 추락사했다”고 반박해왔다. 피고 쪽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평결이 나오자 로브 니콜슨 법무장관은 “캐나다에선 야만적 명예살인이 용납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여성과 약자 계층을 모든 폭력으로부터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매년 5000여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평결이 나오자 로브 니콜슨 법무장관은 “캐나다에선 야만적 명예살인이 용납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여성과 약자 계층을 모든 폭력으로부터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매년 5000여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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