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볼티모어 서쪽에 있는 홀리스틱 라이프 재단이 운영하는 ‘방과후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들의 요가 수업을 도와주고 있다.
미국 ‘도시부활 프로젝트’ 현장 가보니
빈집고쳐 무상임대…청소년 범죄자와 식사 ‘탈선’ 막아
시-주민 연계 ‘범죄율 톱5 도시’ 불명예 탈피 노력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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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도심의 제퍼슨가에 있는 한 작은 집에서 전직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였던 밥 듀틸리(64)가 벽에 흰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그는 2년 전 퇴직한 뒤, 집 없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는 봉사단체 해비타트에 가입해 한 달에 세번 정도 빈집을 수리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듀틸리 옆에는 역시 5년 전 은퇴한 전직 로열재즈스쿨 교수인 캐시 보더스(64)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 60대 자원봉사자들 옆에는 20대의 젊은이들도 보였다.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를 물으니, 듀틸리는 오히려 당황스러워한다. “글쎄, 은퇴하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주변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답했다.
30여년 전만 해도 조선, 제철, 정유 산업의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던 볼티모어는 공장이 해외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어나는 슬럼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실업률과 범죄율이 올라가며 자동차산업이 쇠퇴한 디트로이트와 함께 2010년 기준 미국 ‘범죄율 톱 5’ 도시에까지 꼽히게 됐다. 이는 다시 도시 공동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해비타트는 볼티모어에서 빈집을 수리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무상임대하며 이런 악순환을 끊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010년 취임한 젊은 여시장인 스테퍼니 롤링스블레이크(42)는 지난해 여름부터 자원봉사와 연계한 도시 부활 프로젝트인 ‘스텝 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볼티모어는 시 소유지인 빈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빌려줘 채소밭이나 예술가들의 실습 장소로 변모시키고 있다. 또 자원봉사자들이 교도소에 수감중인 청소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저녁 클럽’도 운영중이다. 부 당 볼티모어시 사회봉사국장은 “청소년 범죄자들의 상당수는 가정에서 어른들과 제대로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다. 이들에게 ‘또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볼티모어는 대부분 도심 부활 사업을 자원봉사와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자원봉사 문화가 미국 사회 전반에 폭넓게 퍼져 있기에 가능했다. 어차피 빈약한 시 재정으로는 시가 추진하려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도 힘들다.
이날 방문한 홀리스틱 라이프 재단도 젊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방과후 학교’다. 10년 전 존스홉킨스 대학을 졸업한 세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재단은 서부 볼티모어 청소년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요가 수업도 받고, 숙제도 하고, 책도 읽으며 지낸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것은 자원봉사자 교사와 기부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재단 설립자 중 한 명인 알리 스미스(35)는 “내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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