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제이컵 루
윌리엄 데일리(63)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1년여 만에 물러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데일리 실장을 교체하고 후임에 제이컵 루(56)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데일리 실장이 물러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지난해 공화당과의 부채협상에서 제구실을 충분히 못해 오바마 행정부를 힘들게 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데일리 실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장관을 지냈고, 제이피(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를 지내 ‘주고받기’ 식의 비즈니스 방식 협상에 익숙해 공화당과도 일종의 ‘거래’를 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을 벌이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과의 정치적 대결장에선 번번이 무시당했다. 데일리 실장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도 비판을 쏟아내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회 지도부와도 마찰을 빚었는데, 이도 퇴진에 영향을 미쳤다.
후임인 루 내정자는 클린턴 행정부 때도 백악관 예산국장을 맡았고, 오바마 행정부 들어 국무부 관리·자원 담당 부장관을 지낸 예산통으로, 정치인이라기보단 테크노크라트라 할 수 있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복지예산 감축을 용인하는 듯한 월스트리트 출신의 데일리 실장보다 진보 쪽에 가까운 인물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 이후 중도로 돌아설 것을 압박받는 시기에 데일리를 택했으나,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스트적 좌파에 기울고 있는 지금은 루를 택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대선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람 이매뉴얼, 데이비드 액설로드, 로버트 깁스 등과 함께 ‘시카고 사단’의 일원인 데일리 실장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오바마 대선 캠프의 정치자금 모금에 주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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