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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점령 운동가들, 로맨스도 ‘점령’

등록 2012-01-09 20:57수정 2012-01-09 22:04

워싱턴서만 커플 10여쌍 탄생
지난해 가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던 리 테이텀(45)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토론을 하다 버몬트주에 사는 전직 건축하청업자인 실직자 마이크 셰퍼(54)를 알게 됐다.

미국 동부의 북쪽과 남쪽에 살던 남녀는 ‘오큐파이(점령)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사는 곳을 떠나 워싱턴디시에 도착했다. 둘은 백악관을 지척에 둔 맥퍼슨광장에서 다른 시위대들과 함께 토론하고 행진하며 작은 텐트에서 함께 지냈다. 처음에는 텐트 안에 담요로 작은 벽을 만들고 잤다. 사랑이 스며들었다. 6주 뒤 어느 날, 잠에서 깬 셰퍼는 테이텀에게 “모닝 키스 해도 돼?”라고 물었다. 테이텀은 웃으며 “죽고 싶어?”라고 답했다.

그러나 얼마 뒤, 잠에서 깬 테이텀이 셰퍼에게 모닝 키스를 했다. 또 얼마 뒤인 지난 연말 어느 날 밤, 셰퍼는 테이텀에게 “나와 결혼해 줄래?”라고 프러포즈했다. 테이텀은 “프러포즈를 받은 상태에서 잠들고 싶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예스”라고 답했다. 테이텀과 셰퍼는 약혼반지도 없고, 결혼 뒤 어디에 살지도 정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맥퍼슨광장 텐트촌에서 “우리는 99%”라고 외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둘은 행복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오큐파이 운동’이 ‘오큐파이 로맨스’를 낳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8일 “석달간 워싱턴 텐트 시위가 10여쌍의 커플을 탄생시켰다”고 보도했다. 맥퍼슨광장에서 커플이 된 마이클 패터슨(21)은 “사랑 없는 혁명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위대 커플인 사리엘 레이야니(28)는 “체포 위협과 혼돈 속에서 믿고 의지할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건 큰 힘”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맥퍼슨광장 시위대 의료팀은 원하는 이들에게 콘돔을 나눠주며, 임신 테스트도 제공한다. 시위대는 오는 6월쯤 첫 ‘오큐베이비’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등 다른 지역도 커플 탄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오큐파이 로맨스’가 늘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때론 노출된 장소에서의 애정 표현으로 체포되거나, 연인간의 사랑싸움이 지나쳐 분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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