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
25% 득표로 1위 ‘기선제압’
10일 뉴햄프셔서 압승 노려
25% 득표로 1위 ‘기선제압’
10일 뉴햄프셔서 압승 노려
3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된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는 역대 가장 치열한 코커스로 기록됐다.
이날 저녁 8시께부터 시작된 개표 집계는 초반부터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이 나란히 25%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99%가 개표될 때까지 한때 1표 차이로 근접하기도 했다. 4일 새벽 1시30분께 개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최종 승자를 가늠할 수 없었던 이날 코커스는, 결국 전체 투표수 12만여표 가운데 롬니 전 주지사가 3만15표(24.6%), 샌토럼 전 의원이 3만7표(24.5%)를 획득한 것으로 나왔다. 불과 0.1% 차이인 8표로 승패가 갈린 것이다.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롬니의 대세 확인’과 ‘샌토럼의 급부상’으로 요약된다. 롬니 전 주지사는 애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3위를 목표로 했지만, 막판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하면서 목표를 수정했다. 롬니는 오는 10일 자신의 ‘뒷마당’인 뉴햄프셔에서 압승을 거둔 뒤 초반에 ‘대세론’을 구축해 경선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차질없이 진행하게 됐다.
롬니는 가족들과 함께 코커스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정책과 경제문제, 재정적자를 잘못 다뤘다며 “이번 대통령은 실패작”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신이 오바마 대통령을 대적할 수 있는 상대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그러나 롬니는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기록했던 25% 지지율을 넘지 못해 공화당 강경 보수층 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숙제가 남았다.
샌토럼 전 의원의 선전은 불과 한달 전까지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가 도덕성 논란으로 추락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지지자들의 표를 흡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샌토럼은 아이오와에서 선두권을 유지하지 못하면, 경선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해 아이오와주 99개 선거구를 모두 방문하는 등 어느 후보보다 아이오와에 집중했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가장 젊으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후보로 분류되는 샌토럼은 이날 1·2위를 박빙으로 다투자 고무된 표정으로 지지자들 앞에 서서 “게임은 계속된다”며 “(아이오와가) 이 나라의 모습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딛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중도 보수’인 롬니와 맞설 ‘강경 보수’ 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또다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샌토럼이 아이오와와는 분위기가 다른 동부 뉴햄프셔에서 하위권으로 밀리면, 아이오와에서의 선전은 금세 빛이 바랜다. 또 중위권을 기록한 론 폴 의원, 깅그리치 전 의장, 릭 페리 텍사스주 주지사 등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조기 낙마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페리 주지사는 이날 개표에서 5위(10%)로 결정된 뒤 “텍사스에 돌아가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내가 나아갈 길이 있는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벌써부터 경선 포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대선 풍향계 구실을 하지만,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가 경선 승리를 보장하는 건 물론 아니다. 2008년에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 주지사가 34%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대통령 후보는 4위(13%)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됐다. 그러나 현 제도가 자리잡은 1980년 이후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둘 중 한 곳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주자가 대선 후보로 뽑힌 적은 없었다. 공화당의 경우, 보수층(아이오와)과 중도층(뉴햄프셔) 가운데 둘 중 하나는 잡아야 경선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케인도 바로 뒤 열린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하며 곧바로 뒤집기에 성공한 바 있다.
디모인(아이오와주)/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디모인(아이오와주)/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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