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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대선 시작됐다…공화당, 롬니-폴-샌토럼 ‘초박빙’

등록 2012-01-03 21:12수정 2012-01-03 23:05

미 공화당 ‘아이종오 합와 코커스’ D-1
긴장감 도는 아이오와주 디모인
“롬니 18%-폴 17%-샌토럼 16%” 3파전
부동층 30~40%…언론 “도토리키재기”
4년 만의 미국 대통령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각), 아이오와의 주도인 디모인은 의외로 한산했다.

새해 휴일인 이날, 추위가 겹쳐 거리에는 한낮에도 인적이 끊겼고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아 도심에서 10분만 벗어나면 끝없는 옥수수밭과 멀리 지평선이 펼쳐지는 이 작은 도시에서 선거 열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또 이날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은 디모인 외곽으로 유세를 떠났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컨벤션센터는 200달러에서 1000달러를 내야 프레스 좌석 하나를 얻을 수 있지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이미 빽빽이 들어차 부산한 긴장감이 돌았다. 투표 당일인 3일 저녁,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돼 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의 선거사무실 앞에는 ‘미국을 믿어라’라는 포스터가 연이어 붙어 있다. 사무실 안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자원봉사자 50여명이 기다란 책상 앞에 줄지어 앉아 당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왔다는 폴 에릭슨은 “최근 며칠 사이에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전 미주리주 상원 의원으로 2008년 경선부터 롬니를 지지해온 짐 탤런트는 “아이오와를 넘어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연승을 거둬 승리를 굳히자”며 자원봉사자들을 독려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롬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경선 승리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롬니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경제를 망친 오바마를 이길 것”이라며 “롬니는 승리 확률을 더 높인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투표를 하루 앞두고도 부동표가 30~40%에 이르는 가운데, 롬니 전 지사를 향한 론 폴(텍사스) 하원의원과 릭 샌토럼(펜실베이니아) 전 상원의원의 막판 맹추격으로 아이오와에선 3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폴리시 폴링’ 조사에서 폴 의원은 20%, 롬니 전 주지사 19%, 샌토럼 전 의원 18%로 나타나 초박빙 상황을 보여줬다.

‘괴짜’로 유명한 폴 의원은 미국을 건국한 청교도 이념 계승을 주창하며, 인기 위주 공약을 남발하기보단 유권자들을 훈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그 점이 차별성으로 작용한 듯,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도덕성 논란으로 급락한 이후 폴 의원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76살의 최고령 후보인 그는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근대국가 시절의 ‘고립주의’를 연상시키는 주장을 펼치거나, 노예해방 이전을 연상시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등 현실감이 떨어져 대선 최종후보로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하위권을 맴돌았던 샌토럼 전 의원의 급부상은 ‘젊은 보수’를 자처하며 모든 자원을 아이오와에 집중한 탓이 크다. 그는 초반 승부에서 뒤처질 경우, 경선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아이오와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인 그는 성폭행, 근친상간을 포함해 어떤 형태의 낙태도 반대하는 등 보수 색채가 지나치게 강하다. 이런 이유로 아이오와에선 통하겠지만, 외연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보수 기독교 성향이 강한 아이오와에서 모르몬교도인 롬니가 선두권을 달리는 이유는 보수 성향 표가 롬니를 제외한 다섯 후보에게 갈린 영향도 크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지적하며 “(아이오와에서) 롬니가 얻을 수 있는 최대치는 25%”라며 “롬니가 비록 1위를 달리고 있지만, 4년 전에도 25%를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폴, 깅그리치 같은 ‘옛 인물’부터 극우 성향의 티파티 계열 미셸 바크먼, 골수보수 샌토럼까지 망라된 공화당 후보들은 정책보다는 사실상 서로 ‘개인적 흠집내기’를 통해 그동안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다. ‘도토리 키재기’라며 공화당의 ‘인물난’을 거론하는 외신들이 많은 것도 그 탓이다. 이번 경선 과정에선 갤럽 조사의 1위를 차지하는 주자가 7차례나 바뀌는 등 1916년 미국 대선에 여론조사 방법이 도입된 이후 가장 변동 폭이 큰 경선으로 기록됐다.

디모인(아이오와주)/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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