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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월가점령 끝나지 않았다” 주코티공원의 크리스마스

등록 2011-12-25 20:37

50여명 총회…99% 분노 이어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초저녁,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리버티플라자 공원으로 시위대들에 불리던 그곳이다. 공원 나무에 달린 노란 전등이 연말 분위기를 느끼게 해줬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공원에 빽빽하게 들어찬 시위대들이 ‘우리는 99%’라는 구호를 외치고, 토론하고, 노래하고, 음식을 나눠먹던 그런 장면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섭씨 0도까지 떨어진 뉴욕의 차가운 날씨는 썰렁한 공원을 더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출입을 통제하진 않았지만, 공원 주변은 철제 바리케이드가 둘러쳐져 있어 공원 안에 있는 10여명의 사람들이 마치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듯하다. 지난달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퇴거 시킨 이후, 요즘 이곳 풍경이다.

그런데 저녁 7시께가 되자, 하나 둘 모여들더니 30분쯤 지나자 ‘마이 체크’(내 월급)가 외쳐지고 총회가 시작된다. 어느새 5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오큐파이 월스트리트’는 끝나지 않았다”, “우린 주코티 공원을 떠나지 않는다”, “기부가 필요하다” 등을 연이어 외쳤다.

지난달 경찰의 강제퇴거 조치와 차가운 날씨는 한때 1만명이 넘던 시위대를 이처럼 한 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소수의 시위대는 매일 밤 주코티 공원에 모여 ‘99%의 분노’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에 사무실도 얻어 기부금과 물품을 모으며, 트리니티 교회 등 인근 4곳의 교회는 갈 곳 잃은 시위대에 잠자리를 제공한다. 비록 움츠러들었지만 ‘월가 점령’은 겨울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신시내티에서 왔다는 래리 비(20·대학생)는 “이곳에선 여전히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문화 분야 워킹그룹에서 활동하는 알바로 페르난데스(28·화가)는 스페인에서 왔다. 지난 5월 스페인 시위에 참가했던 그는 뉴욕에서 월가점령 운동이 시작된 직후 뉴욕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지낸다. ‘오큐파이 운동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는 “안다. 세상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그러나 세상이 변할 때까지 이 운동은 계속될 것이고,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며 기대를 잃지 않았다.

시위대는 1시간여의 총회 뒤, 손팻말을 들고 월가를 한 바퀴 돌며 행진한 뒤 주코티 공원으로 돌아왔다. 선 채로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캐럴도 부르고, 북도 치면서 ‘오큐파이’들은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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