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적자감축 무산시도 용납 안해” 의회 압박
미국 의회 특별위원회(슈퍼위원회)가 결국 21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타협안 마련에 실패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의 ‘정치 리스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가져왔던 지난여름에 이어 다시 세계경제를 볼모로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동위원장인 패티 머리 상원의원(민주)과 젭 헨설링 하원의원(공화)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여러 달 노력했지만 오늘 초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슈퍼위원회 활동 시한은 23일이지만,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표결 48시간 전에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이날이 사실상 시한이었다.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1조2000억달러의 지출을 국방비와 비국방비에서 절반씩 자동 삭감하게 된다.
하지만 위원회는 “재정위기를 해결해야 하고 이런 부담을 다음 세대에 넘겨선 안 된다는 공감대는 확인했다. 위원회의 작업을 바탕으로 의회가 국민과 경제를 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향후 의회를 통한 추가협상의 문은 열어놨다. 이에 따라 실제 자동 예산삭감에 들어가는 내년 1월 전까지 협상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공화당은 향후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 양당 의원 12명으로 이뤄진 초당적 의회 기구인 슈퍼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민주당은 세금 인상을, 공화당은 증세 없이 사회보장제도 지출 삭감 등을 주장하며 팽팽히 대립해왔다.
협상이 실패한 뒤 민주·공화 양당은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바빴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의원들은 티파티 극단론자들을 무시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난했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금 인상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타협을 거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고 비난한 뒤 “향후 10년간 1조2000억달러를 자동 감축하는 조처를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하며 의회를 압박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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