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 방해 결정” 6000만달러 지급 거부
‘유엔 통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반대하면서도
유엔에 영향력 유지 원하는 미국 딜레마 보여줘
‘유엔 통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반대하면서도
유엔에 영향력 유지 원하는 미국 딜레마 보여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지난 31일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이날 유네스코의 표결 직후 “미국은 11월 예정된 유네스코 분담금 6000만달러(673억원)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네스코의 표결은 유감스럽고, 시기상조”라며 ‘재정지원 중단’을 공표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또 “이런 움직임이 다른 유엔 기구들에서도 되풀이된다면 미국으로선 중대한 위협”이라며 “유엔 기구의 팔레스타인 회원국 인정이 이번으로 끝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유네스코의 결정은 중동 평화협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그러나 “미국은 유네스코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계속 참여하길 희망한다”며 “유네스코에서 미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보존하기 위해 미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유네스코 연간 예산의 22%인 8000만 달러의 분담금이 책정돼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회원국이 2년간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투표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한 관리는 영국 <비비시>(BBC)방송에 “미국이 다음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그 지위에 걸맞는 최소한의 분담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을 통한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에 반대하면서도 유엔 기구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하고 싶은 미국의 딜레머가 현실화한 셈이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인 1984년 “미국의 외교 정책과 유네스코의 목표 사이의 불일치”를 이유로 유네스코에서 탈퇴했다가 2003년 조지 부시 정부 들어 재가입했다. 그러나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 의회는 앞서 1990년대에 어떤 유엔기구든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인정할 경우 분담금 집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1일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제재 방안에는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들에 대한 검문소 통과 예우 철회, 정착촌 증설, 조세수입 전달 중단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기구 가입은 중동평화 증진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앞서 유네스코는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안을 표결에 부쳐, 전체 회원국 173개국 중 찬성 107, 반대, 14, 기권 52표로 승인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산하 기구의 정회원국으로 인정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팔레스타인은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줄 것을 신청할 방침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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