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9메가톤급 대형 핵무기’ 시대
미-소 냉전 절정기 때 지하시설 타격용 개발
오바마 핵감축 방침에 1년 앞당겨 최종 해체
미-소 냉전 절정기 때 지하시설 타격용 개발
오바마 핵감축 방침에 1년 앞당겨 최종 해체
냉전의 상징이었던 미국의 초강력 핵폭탄 ‘B53’이 반세기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 에너지부 소속 국립핵안보국은 25일(현지시각) 현재 미국이 보유한 마지막 B53 폭탄의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해체 작업은 미국의 유일한 핵무기 조립·해체 시설인 텍사스주 애머릴로 인근의 팬텍스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마지막 부품들을 해체하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B53은 미국의 재래식 핵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폭탄으로, 이번 해체작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감축 목표에 따라 애초 예정보다 1년 정도 앞당겨졌다. 해체 공정은 맨 먼저 폭탄에 내장된 기폭장치에서 고농축 우라늄(피트)과 핵분열 유도용 폭약을 분리한 뒤, 폭탄 본체에서 기폭장치 해체, 나머지 비핵부품들의 해체 등의 차례로 진행된다.
핵폭탄 해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더욱이 B53형은 수십년 전의 낡은 기술로 만들어진데다 제조 당시의 기술자들이 죽거나 은퇴한 경우가 많은 탓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복잡한 도구와 최신 해체 방법을 고안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팬텍스 공장의 존 울러리 총매니저는 “우리는 해체작업이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최정예 팀을 선발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려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머스 디아고스티노 미 핵안보국장은 “마지막 B53 폭탄의 해체는 (핵감축의)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1955년 지하시설물 타격용(벙커버스터) 핵무기로 B53의 개발에 착수했다. 미-소 냉전이 절정이었던 1962년 10월 ‘쿠바 핵미사일 위기’ 직후 처음 실전 배치했으며, 이후 개량을 거듭하며 340여개를 생산했다. 당시 옛소련은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는데, 이를 감지한 미국이 소련과 날카롭게 대치하면서 핵전쟁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쿠바 해상을 봉쇄하는 초강수로 맞섰고,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쿠바의 미사일 기지를 철거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후 최신 기술이 개발되면서 재래식 핵무기는 탄도미사일 탑재형으로 대체됐다. 미국의 B53도 1980년대 중반부터 해체되기 시작했으나, 50여개는 비축 물량에서 퇴역한 1997년까지도 보존돼 있다가 미-소 전략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해체 수순을 밟았다.
현대의 핵무기들이 미사일 탄두로 탑재돼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정확성은 높이고 파괴력은 줄인 반면, B53 폭탄은 ‘폭격기 투하’ 방식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파괴력으로 보충했다. B53 폭탄은 136㎏의 고성능 폭약을 폭발시켜 우라늄의 핵분열연쇄반응을 촉발하는 ‘내폭형’이다. B53의 파괴력은 9메가톤(TNT 900만t)급으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600배에 이른다. 폭탄은 길이 3.8m 지름 1.27m로 미니밴 자동차 크기이며, 전체 무게는 폭약 300파운드(약 136㎏)와 낙하장비 400㎏을 포함해 4010㎏이다. 폭발하면 반경 30㎞ 가까운 지역을 열복사로 순식간에 태우고, 이어 닥치는 후폭풍이 반경 15㎞ 범위를 쓸어버린다. 9메가톤급의 B53 원폭이 모두 해체됨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는 1.2메가톤급의 B83형이 최대 핵무기의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메가톤급 슈퍼 핵폭탄의 시대도 저물게 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현대의 핵무기들이 미사일 탄두로 탑재돼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정확성은 높이고 파괴력은 줄인 반면, B53 폭탄은 ‘폭격기 투하’ 방식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파괴력으로 보충했다. B53 폭탄은 136㎏의 고성능 폭약을 폭발시켜 우라늄의 핵분열연쇄반응을 촉발하는 ‘내폭형’이다. B53의 파괴력은 9메가톤(TNT 900만t)급으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600배에 이른다. 폭탄은 길이 3.8m 지름 1.27m로 미니밴 자동차 크기이며, 전체 무게는 폭약 300파운드(약 136㎏)와 낙하장비 400㎏을 포함해 4010㎏이다. 폭발하면 반경 30㎞ 가까운 지역을 열복사로 순식간에 태우고, 이어 닥치는 후폭풍이 반경 15㎞ 범위를 쓸어버린다. 9메가톤급의 B53 원폭이 모두 해체됨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는 1.2메가톤급의 B83형이 최대 핵무기의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메가톤급 슈퍼 핵폭탄의 시대도 저물게 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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