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득표…2위와 36%p 차
남편 이어 ‘12년 집권’ 기록
남편 이어 ‘12년 집권’ 기록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8) 아르헨티나 현 대통령이 2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 승리로 ‘남미 최초의 여성 재선 대통령’이 된 그는 2007년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재임)과 함께 최초의 ‘부부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아르헨티나 최장 집권 패밀리’(12년)란 기록도 새로 썼다.
플로렌스 란다조 내무장관은 이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53.04%의 득표율로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1차 투표에서 한 후보자가 45% 이상을 득표하거나, 40%를 넘으면서 2위 후보자와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일 경우 1차 투표로 당선을 확정짓는다. 페르난데스는 이날 2위 에르메스 비네르(17%·산타페 주지사) 후보를 36%포인트 차이로 따돌려, 2차 투표 없이 재선을 확정짓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은 전했다.
페르난데스가 이날 얻은 득표율은 1983년 아르헨티나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그는 당선 확정 이후 연설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4000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페르난데스는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남편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첫 당선 때만 해도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그를 키르치네르의 ‘꼭두각시’라 부르며, 2011년 선거에서 남편에게 다시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지난해 키르치네르가 갑자기 서거한 뒤에는 페르난데스의 정치적 생명도 끝날 거란 비관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선에서 보란 듯 예상을 뒤집었다.
물론 이번 대선 유세 때도 ‘상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 옷을 입으며 남편의 ‘후광’에 적극 기대긴 했지만, 외신들은 야당의 분열상 속에 ‘경제 대통령’ ‘복지 대통령’의 이미지를 굳힌 게 주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취임 이후 국제 곡물가 상승 등 수출 경기에 힘입어 연간 8%씩 경제를 성장시키며 실업률을 최근 20년래 최저 수준인 7.2%대까지 낮췄다. 또 연금 펀드를 국유화한 뒤 연금의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아동 복지혜택을 늘리는 등 친서민 정책을 펼쳐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한편, 이날 대선과 함께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선출하는 총선도 치러졌는데 페르난데스가 이끄는 범여권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기 정부는 오는 12월10일 출범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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