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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최정예 이란 특수부대가 허술한 B급 암살계획을?

등록 2011-10-13 21:02수정 2011-10-14 10:04

주미 사우디대사 테러음모 적발
증거빈약…배후날조론 확산
미, 이란은행 추가 제재 검토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할리우드 비(B)급 스릴러 같다.”

미국 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특수부대 쿠드스(Quds)가 개입한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암살 계획’을 사전에 적발했다고 발표한 뒤 미국 안팎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이번 암살 계획의 배후로 이란 정부를 지목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한편, 이란중앙은행(CBI)에 대한 추가 제재 검토에 나서는 등 “전례 없는 수준의 고립에 직면할 것”(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라며 보복 조처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안팎에선 ‘이란 배후설’이 날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12일 보도했다.

날조설이 나오는 까닭은 이란이 전쟁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무모한 테러 계획을 세울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란 문제 전문가들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승인 없이 이런 테러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긴 힘들다며, 하메네이 등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계획을 승인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3년간 ‘체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아온 하메네이가 ‘아랍의 봄’ 이후 사우디와 미국이 중동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무리수를 뒀겠느냐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란은 최근 스파이 혐의로 구금됐던 미국인 여행객 2명을 풀어주는 등 서방에 대해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또한 최정예 엘리트들로만 구성된다는 쿠드스의 소행으로 보기엔 너무 어설픈데다, 기존의 작업 방식과도 다르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다. 특히 “정치나 종교 따위엔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대마초를 피우고 술을 자유롭게 마시던” 만수르 아르밥시아르 같은 인물을 암살 계획을 실행할 ‘핵심책임자’로 내세웠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그가 이런 계획을 실행할 능력이 안 된다”는 주변 인물들의 얘기를 전했다.

‘증거’도 빈약하다. 미 법무부는 암살을 모의한 혐의로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아르밥시아르를 기소하면서 멕시코 마약 조직원에게 전달한 착수금 10만달러의 송금 내역과 전화 도청내역만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미국 법에 따라 이란에서의 국외 직접 송금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3국을 거쳐 들어온 이 돈이 최초에 쿠드스가 보낸 돈이란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란 배후설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를 미국의 ‘원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폴커 페르테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장은 2003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며 “사람들은 미국 정보 당국의 폭로에 대해 대단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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