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개정안 ‘가족이민 엄격제한’
1년 2만파운드 이상 벌고 배우자도 3~5년 거주해야
영국이 그동안 폭넓게 허용해 온 시민권자 가족의 이민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0일 새로운 이민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의 국가에서 온 이민자를 상대로 가족 이민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뼈대다.
먼저 배포된 발췌록을 보면, 개정안은 시민권자의 배우자라도 3~5년간의 거주 의무를 두고, 그 가족이 최소한 1년에 2만파운드(3650만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로이터> 통신은 캐머런 총리가 거론한 파키스탄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사람은 영국 시민권자와 결혼을 해 시민권을 획득한 뒤 곧바로 이혼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그리고 가족을 모두 데리고 다시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 배우자에게도 시민권이 돌아간 것은 물론이다. 캐머런 총리는 “이런 사람들이 사회복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영국 당국은 한해에 전체 이민자 중 5분의 1이 넘는 5만여명이 가족 이민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복지 시스템의 짐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복지 재정을 축소해 재정 적자를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보수당 정권에는 눈엣가시인 셈이다.
영국 정부는 또 500가구의 이민자 가족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한해 2만파운드에 못미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이들이 사회 복지 시스템과 납세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구 소득이 이 이하가 될 때는 배우자의 영국 국내 거주를 불허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외국인을 비교적 싼 노동력으로 운영해온 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애초 초안에는 모든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의 명단을 발표하는 방안도 담겼으나 반발이 거세지자 삭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득이 적다고 배우자를 사실상 추방하는 문제도 인권 측면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미국 앨라배마도 새 이민법 발효 불법이주자들 추방 우려해 자취 감추고 자녀들 등교 중단 미국 앨라배마주의 소도시 리즈에선 최근 갑자기 농장에서 일하던 중남미 이주노동자들이 사라지고 그 자녀들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달 28일 부쩍 강화된 새 이민법이 발효되면서, 불안을 느낀 불법 이주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다. 이민자 문제는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 남동부의 대표적인 목화생산지이자 공업지역인 앨라배마주는 약 13만여명의 불법이주자가 있다. 이들 대다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지만, 미국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에 편승하는 골칫거리로 지목돼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앨라배마주의 새 이민법은 경찰이 불법이주 의심자의 신원을 조회해 ‘불법’이 확인되면 연방이민국으로 넘기고, 학교 당국은 모든 입학생의 출생증명서를 요구하도록 했다. 불법이주자들의 기업활동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이 사라지면서 당장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닥쳤다. 한 토마토 농장은 지난달까지도 매일 트럭 12대 분량을 수확했으나, 지금은 히스패닉계 이주자들이 사라지면서 일일 수확량이 트럭 3대로 격감했다. 농장주의 부인 캐시 스미스는 “백인(원주민) 노동자를 고용해봤는데 3시간도 못버티고 그만 뒀다”고 털어놨다. 앨라배마주 인력회사협회의 지미 래섬 대표는 “개정법 발의자는 라틴계 노동자들이 떠난 일자리를 원주민이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앨라배마주 교육부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스페인어로 “이주자 정보 수집은 연방당국에 넘기는 게 아니라 학교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란 ‘회유’ 방송을 해야 했다. 이주 규제 강화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개정법이 “법 집행을 통한 (불법이주자) 분쇄”라며 반긴다. 반면 인권단체인 남부빈곤법센터의 매리 바우어는 “새 법은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비난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7일 연방항소법원에 앨라배마주의 개정이민법이 연방법과 배치된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의 제리 브라운 주지사(민주당)는 지난 8일 불법이주자 자녀들이 주정부의 지원으로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림법’(DREAM ACT)에 서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 투자가 필수적이란 논리에서다. 드림(DREAM)법은 ‘고립된 소수자들을 위한 개발, 구호, 교육법’의 약어로, 소수자들에겐 말 그대로 ‘꿈같은 법안’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임 주지사(공화당)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올해 초 취임한 브라운 주지사가 되살렸다. 이 법이 발효되면 지난해에만 37만명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주 빈곤 이주자 가정의 고등학생들이 1인당 평균 4500달러(약 526만원)의 학비를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이민자들에게 미국에 불법으로 와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미국 앨라배마도 새 이민법 발효 불법이주자들 추방 우려해 자취 감추고 자녀들 등교 중단 미국 앨라배마주의 소도시 리즈에선 최근 갑자기 농장에서 일하던 중남미 이주노동자들이 사라지고 그 자녀들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달 28일 부쩍 강화된 새 이민법이 발효되면서, 불안을 느낀 불법 이주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다. 이민자 문제는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 남동부의 대표적인 목화생산지이자 공업지역인 앨라배마주는 약 13만여명의 불법이주자가 있다. 이들 대다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지만, 미국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에 편승하는 골칫거리로 지목돼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앨라배마주의 새 이민법은 경찰이 불법이주 의심자의 신원을 조회해 ‘불법’이 확인되면 연방이민국으로 넘기고, 학교 당국은 모든 입학생의 출생증명서를 요구하도록 했다. 불법이주자들의 기업활동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이 사라지면서 당장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닥쳤다. 한 토마토 농장은 지난달까지도 매일 트럭 12대 분량을 수확했으나, 지금은 히스패닉계 이주자들이 사라지면서 일일 수확량이 트럭 3대로 격감했다. 농장주의 부인 캐시 스미스는 “백인(원주민) 노동자를 고용해봤는데 3시간도 못버티고 그만 뒀다”고 털어놨다. 앨라배마주 인력회사협회의 지미 래섬 대표는 “개정법 발의자는 라틴계 노동자들이 떠난 일자리를 원주민이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앨라배마주 교육부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스페인어로 “이주자 정보 수집은 연방당국에 넘기는 게 아니라 학교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란 ‘회유’ 방송을 해야 했다. 이주 규제 강화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개정법이 “법 집행을 통한 (불법이주자) 분쇄”라며 반긴다. 반면 인권단체인 남부빈곤법센터의 매리 바우어는 “새 법은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비난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7일 연방항소법원에 앨라배마주의 개정이민법이 연방법과 배치된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의 제리 브라운 주지사(민주당)는 지난 8일 불법이주자 자녀들이 주정부의 지원으로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림법’(DREAM ACT)에 서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 투자가 필수적이란 논리에서다. 드림(DREAM)법은 ‘고립된 소수자들을 위한 개발, 구호, 교육법’의 약어로, 소수자들에겐 말 그대로 ‘꿈같은 법안’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임 주지사(공화당)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올해 초 취임한 브라운 주지사가 되살렸다. 이 법이 발효되면 지난해에만 37만명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주 빈곤 이주자 가정의 고등학생들이 1인당 평균 4500달러(약 526만원)의 학비를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이민자들에게 미국에 불법으로 와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