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의 소도시 리즈에선 최근 갑자기 농장에서 일하던 중남미 이주노동자들이 사라지고 그 자녀들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달 28일 부쩍 강화된 새 이민법이 발효되면서, 불안을 느낀 불법 이주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다.
이민자 문제는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 남동부의 대표적인 목화생산지이자 공업지역인 앨라배마주는 약 13만여명의 불법이주자가 있다. 이들 대다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지만, 미국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에 편승하는 골칫거리로 지목돼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앨라배마주의 새 이민법은 경찰이 불법이주 의심자의 신원을 조회해 ‘불법’이 확인되면 연방이민국으로 넘기고, 학교 당국은 모든 입학생의 출생증명서를 요구하도록 했다. 불법이주자들의 기업활동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이 사라지면서 당장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닥쳤다. 한 토마토 농장은 지난달까지도 매일 트럭 12대 분량을 수확했으나, 지금은 히스패닉계 이주자들이 사라지면서 일일 수확량이 트럭 3대로 격감했다. 농장주의 부인 캐시 스미스는 “백인(원주민) 노동자를 고용해봤는데 3시간도 못버티고 그만 뒀다”고 털어놨다.
앨라배마주 인력회사협회의 지미 래섬 대표는 “개정법 발의자는 라틴계 노동자들이 떠난 일자리를 원주민이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앨라배마주 교육부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스페인어로 “이주자 정보 수집은 연방당국에 넘기는 게 아니라 학교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란 ‘회유’ 방송을 해야 했다.
이주 규제 강화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개정법이 “법 집행을 통한 (불법이주자) 분쇄”라며 반긴다. 반면 인권단체인 남부빈곤법센터의 매리 바우어는 “새 법은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비난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7일 연방항소법원에 앨라배마주의 개정이민법이 연방법과 배치된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의 제리 브라운 주지사(민주당)는 지난 8일 불법이주자 자녀들이 주정부의 지원으로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림법’(DREAM ACT)에 서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 투자가 필수적이란 논리에서다.
드림(DREAM)법은 ‘고립된 소수자들을 위한 개발, 구호, 교육법’의 약어로, 소수자들에겐 말 그대로 ‘꿈같은 법안’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임 주지사(공화당)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올해 초 취임한 브라운 주지사가 되살렸다.
이 법이 발효되면 지난해에만 37만명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주 빈곤 이주자 가정의 고등학생들이 1인당 평균 4500달러(약 526만원)의 학비를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이민자들에게 미국에 불법으로 와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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