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정확한 사인·장례일정 함구
“계단 오르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전기 작가, 마지막 몇주 모습 회고
“계단 오르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전기 작가, 마지막 몇주 모습 회고
그는 볼이 푹 꺼진 수척한 얼굴을 하고서도 여전히 열정 넘치는 표정으로 ‘아이패드 2’를 소개했다. 세계인들이 함께 지켜본 지난 3월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모습이다. 철저히 베일에 가렸던 그의 마지막 날들이 지인 등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잡스는 2층 계단도 오르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고 <타임> 인터넷판 등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는 25일 전세계에서 동시 발간될 전기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잭슨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몇 주 전 잡스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1층 침실에 누워 있었다”고 전했다. “통증을 느끼는 듯 방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정신은 또렷했으며, 생동감 넘치는 유머감각도 보여줬다”고 아이잭슨은 회고했다.
또 이날 미국의 인터넷신문 <올보이시스>는 잡스의 사망 직전 사진 50여장을 공개했다. 잡스 부부가 함께 찍힌 사진 중 가장 최근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엔 걷지도 못할 만큼 약해진 잡스가 자동차에서 휠체어로 갈아타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부인 로린(47)과 아들 리드(20)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애플은 이번주 초부터 잡스와의 ‘이별’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날 잡스의 집이 위치한 팰로앨토 경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잡스가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애플 보안팀이 경찰과 접촉해 “이번주 안에 (잡스 사망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많은 추모객이 몰릴 것에 대한 대비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생전에도 사생활을 철저히 지켜왔던 그의 마지막 길도 비밀스럽긴 여전하다. 애플은 지난 5일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만 전했을 뿐, 정확한 사인이나 장례식 일정은 함구하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스티브의 멋진 인생을 추모하는 행사를 기획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공개적인 행사는 없을 것”이란 말도 나오는 등 추모 행사 개최 여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철저한 ‘사생활 보호 원칙’도 자식 앞에선 와르르 무너졌다. “잡스는 자신의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책을 통해서나마 알게 해주고 싶어했다”는 아이잭슨의 말에서 그의 ‘부정’이 드러난다. 아이잭슨은 ‘그동안 철저하게 유지해왔던 사생활 보호 원칙을 버리고 책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한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잡스가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지 못했는데, 아빠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이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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