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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섹스 스릴러’ 어맨다 녹스, 이번엔 웃었다

등록 2011-10-04 20:58수정 2011-10-05 10:37

룸메이트 살해혐의로 1심 26년형…항소심선 무죄
이탈리아 검·경에 비난 폭주…“대법원 상고할 것”
세기의 ‘섹스 스릴러’ 재판에서 놀라운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그룹 섹스를 거부한 영국인 유학생 룸메이트 메레디스 커처(당시 21살)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미국인 유학생 어맨다 녹스(24)와 그의 이탈리아인 남자친구 라파엘레 솔레치토(27)가 3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검찰로부터 ‘섹스광’ ‘천사의 탈을 쓴 악마’라는 지탄을 받아왔던 녹스는 이날 판결로 한순간에 억울하게 누명을 쓴 ‘순진한 여대생’으로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곧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심원단이 11시간의 고심 끝에 내린 무죄 평결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녹스와 커처의 가족을 비롯해 410명의 취재진이 빼곡히 몰려든 법정 안은 크게 술렁였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녹스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내며 주저앉았다. 그의 가족들은 변호인단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터뜨렸다. 하지만 커처의 어머니 등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커처 가족은 “배심원들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어떻게 1심 판결을 철저히 뒤집는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26년형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린 까닭은 검찰 쪽에서 살인 증거로 제시한 솔레치토의 칼 등에서 채취한 디엔에이(DNA)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로마대 법의학자들의 평가를 8인의 배심원단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녹스는 이날 무죄 판결이 떨어지기 무섭게 법정을 나서 90분 만에 페루자 캄파네 교도소를 떠났으며, 4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의 날’이란 말까지 써가며 이날 재판을 집중 보도했던 해당국(미국·영국·이탈리아)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시엔엔>(CNN) 방송이 녹스 재판을 둘러싼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해본 결과, 미국 쪽에선 억울한 여대생에 대한 ‘마녀사냥’이었다는 동정론이 많았다. 반면 영국 쪽에선 여러차례 진술 번복 등을 들어 녹스가 진범일 것이라는 여론이 높았다.

극적인 법정 반전을 놓고 이탈리아 경찰과 검찰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경찰이 증거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사건을 망쳤을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그룹섹스 게임’으로 규정하고 녹스가 범인이란 답을 정해 놓은 뒤 밤샘신문 등 비상식적인 강압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녹스 사건을 이끌었던 줄리아노 미기니니 검사가 도마에 오른다. 그는 1970·80년대 이탈리아를 달궜던 ‘플로렌스의 괴물’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검사직을 유지했다. 미기니니 검사는 1970·80년대 카섹스를 하던 남녀의 연쇄살인 배후에는 악마숭배 사교 집단이 있었고, 2001년 자살한 채 발견된 의사 프란체스코 나르두치도 비밀 유지를 위해 이 집단에 살해당한 것이라며, 사건 은폐 혐의로 공무원 등 20여명을 기소했다가 무위에 그친 바 있다.

한편, 녹스 등과 함께 커처를 죽인 공범으로 지목됐던 코트디부아르 출신 마약거래상 루디 헤르만 궤드(25)는 앞서 2일 열린 별도의 신속 재판에서 성폭행·살인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16년형을 받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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