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드벡 “극도의 고통 유발”
주 정부에 반대서한 보내
마취제 제조사도 공급중단
주 정부에 반대서한 보내
마취제 제조사도 공급중단
미국 내 제약업체들이 자사가 생산하는 의약품을 사형수의 목숨을 끊는 독극물로 사용하는 것에 잇따라 반발하거나 항의하고 나섰다.
덴마크계 다국적 제약회사 룬드벡 미국 법인은 최근 사형 집행을 앞둔 플로리다주 당국에 자사의 진정·수면제를 독극물로 사용할 경우 사형수에게 극도의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독극물 사형을 반대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고 영국 <가디언>이 27일 전했다.
플로리다주는 1989년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매뉴얼 발레(61)에 대해 현지시각으로 28일 오후 룬드벡사가 생산하는 중추신경 억제제 펜토바르비탈(약품명 넴부탈) 등 3가지 독극물 칵테일을 주사해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35개주가 사형 방식으로 독극물 주사를 채택하고 있으며, 마취제인 티오펜탈나트륨을 애용해왔다. 그러나 티오펜탈나트륨의 유일한 제조업체인 호스피라 쪽이 자사의 약품이 살인에 쓰이는 것에 반발해 공급을 중단해버리자, 이를 대체할 ‘죽음의 약물’로 넴부탈이 떠오른 것. 텍사스, 오클라호마, 조지아주 등이 넴부탈을 사형 독극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사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넴부탈이 아직 안전성 실험을 마치지 않았으며, 사형수에게 극도의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룬드벡의 슈타판 슈베르크 대표는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2통의 긴급 서한을 보냈다. 하나는 “우리 회사의 약물을 사형 독극물로 쓰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치료하는 회사의 모든 사업과 배치된다”고 썼고, 다른 하나에선 “넴부탈을 승인된 범위 밖에서 사용하는 임상 결과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룬드벡은 그 경우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룬드벡은 넴부탈이 미국 내 교도소에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공급제한 조처를 취했으나 플로리다 등 상당수 주들이 이미 상당량을 비축해둔 상태여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급기야 주미 덴마크 대사관이 룬드벡의 요청에 따라 미국 여러 주지사들에게 약물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27일 사형수 발레의 변호인 쪽이 “새로운 약물의 사용을 금지해달라”며 낸 사형집행 중지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6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넴부탈을 주사한 첫 사형을 참관한 <에이피>(AP) 통신 기자는 “사형수가 머리에 수차례 경련을 일으키고, 뭐라 중얼거렸으며, 수분 동안이나 숨을 헐떡였다”고 썼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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