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고 난 그만 울어버렸네.”
‘편지’라는 우리 대중가요의 한 대목이다. 지금은 이런 편지를 쓰는 사람도, 이런 정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자우편(이메일)이 일반화한 탓이다.
이메일을 손글씨로 바꿔 전해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디자이너 아이반 캐시는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한달동안 ‘스네일 메일 마이 이메일’(http://snailmailmyemail.org)이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스네일 메일’이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전자우편에 견줘 달팽이(snail)처럼 느린 일반우편에 담긴 정성을 되새겨보자는 뜻이다. 최대 100단어 이내의 이메일과 수신자 주소를 보내주면, 1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일이 손글씨로 옮겨 써서 일반우편으로 배달해준다.
손글씨 편지의 감동과 실감을 높이기 위해, 예쁜 삽화나 낙서, 꽃잎 동봉, 향수 스프레이, 립스틱 입술 자국 따위의 부가서비스도 곁들여준다.
캐시는 “우리는 때론 차갑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며 “나도 그런 세상의 일원이지만 사람들이 균형을 잡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이 영리사업도, 영구적인 해결책도 아니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일 뿐”이라고 밝힌 이유다.
사람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일주일에 기껏 5~10통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첫 2주 동안 무려 2300여통의 의뢰가 쏟아졌다. 이 운동이 주류 언론 보도로 널리 알려지면서, 손편지를 부탁하거나 직접 쓰는 사람도 급증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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