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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칠레 광산 사고 1년…“난 아직도 거기에 갇혀있다”

등록 2011-08-01 20:55수정 2011-08-01 22:55

지하 700m 갱도서 구출 33인
정신적 충격·생활고 시달려
“우리는 부자가 되지 않았다”
“또다른 내가 아직도 거기에 (갇혀) 있다.”(빅토르 자모라·34)

 “(사고) 이전의 나로 되돌아가고 싶을 뿐이다.”(호세 오헤다·48)

 “우리가 유명해지면서 부자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호르헤 가예기요스·57)

 지난해 10월 지하 700m의 갱도에 매몰됐다가 69일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 중 상당수가 사고 1년을 앞둔 지금도 극심한 심리적 충격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31일 전했다.

 지난해 8월5일,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광산 지하 갱도가 무너지면서 33명의 광부가 매몰됐다. 이후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칠레 정부가 특수제작한 구조장비를 동원해 전원을 구출해내기까지 이들은 10주 동안이나 극진한 동료애를 발휘하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햇빛을 보는 순간부터 이들에겐 ‘칠레의 영웅’, ‘숭고하고 강인한 인간정신의 승리’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칠레 광산협회로부터 1인당 500만 페소(약 1150만원)의 생환 축하금을 받았고, 소설과 영화 판권 제의가 쏟아졌으며, 세계 각국의 초청으로 난생 처음 해외관광도 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정작 필요한 ‘재활의 기회’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되레 일자리를 잃으면서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33명중 18명은 “다시는 갱도에 들어가지 않겠다”던 다짐을 접고 다른 광산의 일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이미 광산으로 되돌아간 파블로 로하스(47)는 “16살때부터 이 일을 해왔고, 다른 건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다른 14명은 건강상의 문제로 조기은퇴를 신청했다.

 호세 오헤다(48)는 수면제·각성제·안정제 등 7가지나 되는 약을 매일 한움큼씩 입에 털어넣는다. 자모라(34)는 자녀들에 대한 애정 표현에 곤란을 겪으며, 지금도 갱도에 갇힌 채 곁에 있는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악몽을 꾼다고 털어놨다. 알렉스 베가(32)는 최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집 주변에 높은 담장을 쌓기 시작했다. 일부는 배상금을 술과 여행에 쏟아부었다. 전형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들이다. 고질적인 진폐증이나 규폐증 치료도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광부들은 지난달 정부의 ‘광산 안전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구출 작전을 직접 지휘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한때 지지율이 70%가 넘었으나, 이후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커지면서 지난달에는 지지율이 31%로 곤두박질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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