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환경운동가들 ‘무덤’이 된 아마존

등록 2011-07-07 20:49

개발분쟁 격화…한달 42명 피살로 브라질 발칵
정부, 신변보호 난색 표명하다 ‘뒷북 경호’ 나서
“앞으로 한 달 안에 여러분은 내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듣게 될 겁니다. 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숲을 지킬 겁니다. 바로 그 때문에 언제든 내 머리에 총알이 박힐 수 있습니다. 나는 불법 벌목업자들과 목탄 생산자들을 비난합니다. 그 때문에 나는 내 목숨을 지킬 수 없을 겁니다.”

조제 클라우지우 히베이루 시우바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열린 국제 환경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히베이루와 그의 부인 마리아 두 이스피리투 산투는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지역이자 자원의 보고인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에 앞장서온 환경보호 활동가 부부였다. 브라질 경찰당국은 히베이루의 거듭되는 신변보호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섯달 뒤인 지난 5월 23일,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아마존강 옆 자택 근처에서 끝내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살해자들은 경고의 뜻으로 히베이루의 귀를 잘라냈다. 그러나 이건 잇따른 살해극의 예고편일 뿐이었다.

사건 직후, 브라질 환경 활동가들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207명의 활동가 명단을 정부에 전달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마리아 두 호자리우 인권장관은 “위협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찰의 신변보호를 제공할 순 없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두 보호할 위치에 있다는 건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달까지 한 달 만에 명단에 있던 활동가 4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히베리우 부부가 살해된 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려 38명이 무더기로 피살됐다. 브라질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브라질 정부는 뒤늦게 불법 자원개발업자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아마존 환경보호 활동가들에 대한 신변 보호 대책도 내놨다. 브라질 당국은 5일 최소 131명의 환경운동가와 인권운동가들이 정부 차원의 신변보호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 전했다.

호자리우 인권장관은 “위협 세력 중에는 과거에 활동가들을 살해하고도 활보하고 다니는 자들이 포함돼 있다”며 “그들이 누군지 밝혀내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 인권단체의 한 활동가는 “정부의 신변 보호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들을 선별해 정기방문에서부터 24시간 무장경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브라질 환경자원부는 중무장한 군·경의 지원을 받아 불법 벌목꾼 12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개발이익을 노리는 세력의 준동은 수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최근엔 브라질 경찰 총수조차 “불법 삼림훼손 단속작전을 시작한 이후 여러 경로로 위협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브라질 인권단체 세페테(CPT)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올 4월까지 아마존 유역에서 918명의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살해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 사례는 27건에 그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