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회서 하드파워 대신 가치동맹 리더십 주문
“바로 지금이 우리(서방)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구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유럽을 순방중인 오바마는 25일 영국 의회 연설에서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급속한 성장으로 미국과 유럽의 영향력이 쇠퇴할 것이란 주장은 틀렸다”고 못박았다. “새로운 나라들이 부상하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든 것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 동맹국들”이라고도 했다.
오바마는 “미국과 영국의 불가분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뒤 “대서양 양안이 이젠 사상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고 신흥 경제국들의 도전에 맞서 개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 방문국인 프랑스의 도빌에서 26일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참가국들에 던진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영국 의회 연설에선 전통적 서구 중심주의 시각이 엿보인다. 그러나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 대신 ‘가치 동맹’에 입각한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하며,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가 방 안에 앉아 브랜디잔을 기울이며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구체적으로 이집트와 튀니지 등 민주화 혁명이 진행 중인 국가들에게는 투자 등 경제 지원을 하고, 민주화 시위를 억압하는 다른 국가들은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리비아 개입과 관련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군에 대한 서방의 공격의 강도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카다피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연설 뒤 기자회견에서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공습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느리지만 꾸준한 과정을 통해 결국엔 리비아 정부군을 무력화하고 카다피 정권에게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요 8개국 회의에선 이집트와 튀니지에 대한 경제지원의 구체적 규모와 방식 등이 논의된다. 앞서 24일 세계은행은 향후 2년 동안 이집트에 45억달러(4조9000억원), 튀니지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