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틀어진 동맹관계 회복해야” 파키스탄 달래기
미국이 지난 2일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 중 추락한 헬리콥터의 잔해를 파키스탄으로부터 환수하게 됐다.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16일 “파키스탄이 미군 헬기의 잔해를 17일 미국에 되돌려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케리 의원은 빈라덴 사살작전 이후 급속히 냉각된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급거 방문했다.
앞서 미군 작전팀은 빈라덴의 은신처에 추락한 헬기를 보안을 위해 폭발시켰다. 그러나 보통의 헬기와 달리 두툼한 덮개에 덮인 후미 로터(회전날개) 부분이 완파되지 않은 채 사진으로 공개되자, 이 헬기가 베일에 가려있던 미군의 스텔스 헬기일 것이란 추측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관심을 모아왔다.
미국은 레이더 포착을 회피하는 첨단 군사기술인 스텔스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파키스탄과 중국이 밀접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파키스탄의 관리들은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에 “중국이 추락한 헬기의 잔해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헬기 잔해를) 중국 쪽에 한 번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해 미국의 애를 태웠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추락 헬기의 기종에 대해선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나 작전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상황을 지켜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는 작전에 6000만달러짜리 헬기를 투입했는데, (190㎝가 넘는 장신인 빈라덴의 주검을 확인하기 위해) 줄자를 가져갈 수는 없었나”라고 질책했다는 사실이 <워싱턴 포스트> 보도로 알려지면서, 추락한 헬기가 블랙호크 스텔스 기종이라는 게 정설로 굳어져 버렸다. 미 국방부 자료에 수록된 블랙호크 일반형 헬기의 가격은 2000만달러 수준이다.
한편, 케리 의원은 이날 파키스탄 현지에서 “미국의 비밀작전은 파키스탄 정부를 못믿어서가 아니라 엄중한 보안 환경 때문이었다”며 파키스탄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그러나 “두 동맹국이 틀어진 관계를 고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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