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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물고문 통해 은신처 정보”…오바마 도덕성 불똥튈라

등록 2011-05-05 20:16수정 2013-01-24 09:13

CIA 전 대테러센터장 “사살작전에 핵심역할” 주장
백악관 “수년 걸쳐 다양한 정보원 취합” 진화나서
공화당선 불가피성 주장…“특별 정보 얻은 본보기”
미 ‘가혹 심문’ 논란 재점화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알게 된 결정적 정보를 ‘물고문’을 통해 얻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에서 물고문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논란은 두가지 축이 얽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빈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핵심’ 단서가 물고문을 통해 얻어진 게 맞는지와,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물고문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공방이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논란에 ‘불’을 당긴 것은 호세 로드리게스 전 중앙정보국(CIA)의 대테러센터장이다. 그는 4일(현지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9·11테러 주도자)와 아부 파라즈 리비(알카에다 3인자)가 제공한 빈라덴의 연락책에 관한 정보가 결국에는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하고 그를 사살하는 작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신문 과정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고의로 파기한 혐의로 지난해 법무부의 조사를 받았다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인물로, 공식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의 재임 시절, 무함마드와 그의 후임자 리비가 잇따라 체포돼 중앙정보국의 국외 비밀감옥에서 가혹한 심문을 당했고, 마침내 연락책의 이름을 불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는 183차례의 물고문과 잠 안재우기 수법의 심문을 당했고, 리비는 물고문을 받진 않았지만 다른 가혹한 심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악관은 물고문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토미 비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만일 2003년 물고문으로 확정적인 정보를 얻었다면 2003년에 빈라덴을 잡지 않았겠느냐”며 “빈라덴의 은신처 파악은 수년간에 걸쳐 다양한 정보원들로부터 나온 많은 정보를 취합 분석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정부는 물고문 문제가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양상이다. 물고문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전면화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는데다 빈라덴 제거 성과에도 흠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인권 탄압 문제를 비판하며, 출범 초기인 2009년 강한 반발 속에서 관타나모수용소 폐쇄를 약속하고 물고문을 금지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문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물고문의 불가피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조지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담당관이었던 존 유 변호사는 최근 블로그에 글을 올려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안보팀이 알카에다 조직원에 대한 고문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터 킹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당)도 “빈라덴을 잡기까지 긴 길을 걸어왔지만, 첫 발을 떼게 한 것은 무함마드와 리비에 대한 강도 높은 심문이었다”고 옹호 발언을 했다. 또 색스비 챔블리스 상원의원도 “이번 사건은 중앙정보국이 감금과 신문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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