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특수’ 정유사에
초과이윤세 대폭 인상
“복지재원 사용” 인기↑
초과이윤세 대폭 인상
“복지재원 사용” 인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치솟는 기름값을 실탄 삼아 ‘4선’ 성공에 시동을 걸고 있다. 고유가가 내년 대선 재도전을 앞둔 미국 대통령과 대표적인 반미국가 대통령의 처지를 정반대로 갈라놓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물리는 초과이윤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내년 12월 대선을 앞둔 차베스 대통령이 교육·보건복지·주택 등 인기영합적인 사회복지 지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앞서 지난 21일 석유 수익에 대한 초과이윤세를 최대 95%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일 때 수익 1달러당 내야 하는 세금이 60센트에서 95센트로 인상된 것이다.
라파엘 라미레즈 석유장관은 26일 “기름값 상승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초과이윤세 규정에 따라, 올해 세입이 90억~160억달러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가는 배럴당 94.60달러인데, 유가가 90~110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이런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라미레즈 장관은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석유산업에 재투자하는 대신, 보건복지·교육·주택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주 새로운 주택개발계획과 최저임금을 비롯한 연금 인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동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경제 전망이 밝아지면서 차베스 대통령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시도가 장기적으로는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오리노코 벨트 유전 개발을 통해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 289만 배럴에서 400만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지만, 과도한 초과이윤세 부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석유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의 중남미 경제전문가 보리스 세구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초과(세금 80%)할 경우, 물어야 할 세금은 몰수에 가깝다”며 “초과이윤세 인상은 민간 부문의 투자에 억제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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