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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 후지모리
게이코 상원의원…부친 재임시절 학살·부패 사죄
“아버지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잘못을 인정하고 페루 국민들에게 사죄합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73) 전 페루 대통령의 딸이 아버지를 대신해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페루의 대선 후보로 출마한 게이코 후지모리(36) 상원의원이 지난 24일 잘못된 ‘권위주의’ 통치를 한 아버지의 잘못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고 페루 일간 <엘 코메르시오>가 26일 보도했다.
게이코 의원은 이날 현지 지역방송 <프레쿠엔시아 라티나>에 출연해 아버지의 재임 기간 동안 벌어졌던 학살과 부패 등을 사과하며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복역 중인) 아버지를 사면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0년(1990~2000년) 동안 페루를 통치하면서 학살과 납치, 횡령, 부패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는 데는 반대했다. 권위주의적 통치의 과오는 있지만 물가를 안정시키는 등 거시경제적 성과를 냈으며 한 세기를 끌어온 에콰도르와의 국경분쟁을 종식시키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게이코 의원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사면 문제 등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등 아버지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대선 막판 뒤집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게이코 의원은 지난 10일 페루 대선 예선 투표에서 23.5%의 투표율을 얻어 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31.7%로 1위에 오른 좌파 진영의 오얀타 우말라(49) 후보와 오는 6월5일 진검승부를 가리게 된 것이다.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우말라 후보(42%)가 게이코 의원(36%)을 6%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코 의원은 17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왔으며, 2006년 치러진 의회선거에서 페루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어 국회에 입성해 아버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야망을 키워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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