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분열 축소판 애리조나가 낳은 비극
멕시코 접경 보수세 강해
‘페일린 살생부’ 오르기도
‘페일린 살생부’ 오르기도
“미국 정치 분열상의 그라운드 제로.”
<아에프페>(AFP) 통신은 8일 총기난사 참극이 일어난 애리조나주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2001년 9·11 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다.
이번 테러가 민주당 소속의 개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현지에선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미국 정치 풍토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퍼즈 의원이 이전에도 일부 보수파의 주요 표적이 됐던데다, 최근 애리조나가 미국 내에서 정치적 대립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것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 때문이다.
멕시코와 접경한 애리조나는 미국에서 보수세가 강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남미계 불법이민자들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잠식한데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의 타격도 어느 지역보다 심하다. 반이민 정서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위험 수위로 평가되는 이유다. 기퍼즈 의원은 이곳에서 민주당으로 3선을 기록했으나, 신변 위협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중간선거 때에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우파 풀뿌리운동인 티파티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특히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선거 당시 기퍼즈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명을 낙선 대상 ‘살생부’(Hit List)에 올리면서, 이들의 지역구에 총기의 십자선 조준 표시를 한 미국 지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사진)에 올려 논란을 빚었다. 기퍼즈 의원은 앞서 지난해 초 의료보험개혁법안 처리 때엔 찬성표를 던진 뒤 누군가 돌을 던져 사무실 유리창이 깨졌고,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기퍼즈 의원 등 이번 총기난사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 앞에는 8일 밤 많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했다. 한 시민은 “서로를 경멸하는 애리조나 정치판의 분위기가 이런 참극을 불러왔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정의를 위한 시민들의 투쟁이 이번 사건으로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노무현, 나보다 더 남자다운 남자였다”
■ 10여년 전 사진을 보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 제식구 챙길땐 뒤집어지는 MB의 ‘공정 잣대’
■ 비자금 수사…영~ ‘영’이 안 서는 검찰총장
■ APG자산운용 “삼성 백혈병 조사 믿을 수 없다”
■ ‘홍대 청소노조 지지’ 김여진, 총학생회장에…
■ ‘신대륙 발견사’를 뒤엎은 고지도 한장
■ 10여년 전 사진을 보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 제식구 챙길땐 뒤집어지는 MB의 ‘공정 잣대’
■ 비자금 수사…영~ ‘영’이 안 서는 검찰총장
■ APG자산운용 “삼성 백혈병 조사 믿을 수 없다”
■ ‘홍대 청소노조 지지’ 김여진, 총학생회장에…
■ ‘신대륙 발견사’를 뒤엎은 고지도 한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