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급속히 확산
대선 연기 목소리도
대선 연기 목소리도
“오늘만 사망자가 네번째예요. 그는 (아직 한창인) 서른살이었습니다.”
지난 21일 아이티 북부 앵슈의 테레사 병원의 미국인 의사는 콜레라로 실려온 환자가 온갖 노력에도 끝내 숨을 거두자 “응급서비스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병원 앞 잔디밭은 콜레라로 숨진 주검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환자들이 밀려드는데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병원 뜰이 임시 주검안치소가 돼버린 것이다. 바로 몇미터 떨어진 곳에 세워진 대형 텐트들에선 아직 숨이 붙은 환자들이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린다. 프랭스 피에르 송콩 병원장은 이날 <아에프페>(AFP) 통신에 “콜레라 발병 초기만 해도 감염 환자가 하루 3건 정도였는데, 점차 15건, 35건으로 늘다가, 오늘 아침에만 60건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이티 보건 당국은 이날 현재 콜레라 감염 환자 5만2715명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만687명이 병원에서 수분 공급 처치만 받고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보건 당국의 집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 지역과 환자들이 매우 많다며 콜레라 위기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출신 의사 제라르 슈발리에는 “(한달 전) 발병 초기에 감염 지역이 약 20곳이었는데 지금은 50~10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십만명의 지진 재난민이 모여 있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콜레라 사망자만 64명이 확인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선 오는 28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레슬리 볼테르 등 몇몇 대선 후보들은 “나라가 선거를 치를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선거 연기를 주장했다. 포르토프랭스의 난민텐트에 사는 한 주민(44)은 21일 입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가 붙은 울타리를 가리키며 “오직 하늘의 신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며 신에게 투표할 뜻을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그러나 선두 후보인 샤를 앙리 바케르는 “정권 교체가 이를수록 콜레라 대응도 신속할 것”이라며 선거 연기에 반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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