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정상회의서 미국 주도 유럽 MD에 협력키로
‘잠재적 동맹국’으로 변화…‘신전략 구상’도 채택
‘잠재적 동맹국’으로 변화…‘신전략 구상’도 채택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미사일방어망(MD) 구축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이 20일 밝혔다.
19~20일 이틀 동안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열린 나토 연례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이번 합의는 냉전 이후 러시아와 나토 간의 새로운 안보협력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위협적인 방어대상’이 아니라 이란 및 그 밖의 지역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잠재적 동맹국’이라는 데 합의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러시아가 나토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했던 2008년 러시아의 그루지야(조지아) 침공 이후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를 적이 아니라 동반자(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이번 합의를 환영하며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아주 어려웠던 긴장관계는 끝났다”면서도 “러시아의 협력은 러시아와 나토 간의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이어야 하지만, 미사일 방어는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것일 때 유용할 뿐”이라고 밝혀 미사일 방어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축소했다고는 하나 오바마 행정부는 ‘단계별·탄력적 접근전략’을 통한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추진해 러시아와 불화를 겪어왔다.
이번 회의에서 나토 정상들은 회원국 28개국이 2억8000만달러를 들여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연계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1년 지중해와 흑해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데 이어, 2015년 루마니아, 2018년 폴란드에 요격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체코 등엔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게 돼 있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전역미사일방어에 즉각 협력하고, 러시아가 유럽 미사일방어망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6개월간의 공동분석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러시아와 나토는 테러와 마약밀수, 해적 행위 근절을 위해 협력하고, 아프간전 수행을 위한 나토군의 장비와 보급품의 러시아 영토 통과를 늘려나가기로 합의했다.
나토 정상들은 이에 앞서 21세기 새로운 안보환경 속에 앞으로 10년간 나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기능과 역할의 토대를 제공할 ‘신전략 구상’ 문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신전략구상은 영토방위 및 집단안보에 대한 기존의 핵심적 목표 이외에 테러 및 사이버공격, 미사일 공격 등에 대한 새로운 방위 구축을 강조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하긴 했지만, 핵무기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핵무장 군사동맹으로 위상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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