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명 감염…이재민촌 확산 막으려 비상
지난 1월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최대 30만명이 숨진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이번엔 치명적인 콜레라가 발생해 초비상이 걸렸다.
최근 며칠 새 아이티의 주요 식수원인 중부 아르티보니트강 유역에서 퍼지기 시작한 콜레라로 24일 현재 이미 220여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병원과 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의료시설이 태부족인데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콜레라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할 조짐이다. 보건당국과 구호단체들은 수십만명이 수용된 포르토프랭스의 이재민 거주촌으로 콜레라가 확산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의 에스트레야 세라노는 <에이피>(AP) 통신에 “위생시설이 열악한데다 사람이 밀집한 포르토프랭스를 덮치면 끔찍한 재앙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재앙은 이미 현실화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아르티보니트 지역을 방문하고 포르토프랭스로 돌아온 주민 5명이 콜레라 양성반응을 보여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티 보건당국은 수도 인근 지역에서 최소 9건의 콜레라 발병을 확인했으며, 포르토프랭스 북부의 한 교도소에서도 수감자 50여명이 감염됐다.
아이티 상수도국은 콜레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식수 소독을 강화하는 한편, 포르토프랭스 교외의 교통요충지인 크루아데부케가 콜레라 전염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국제구호단체들은 주민들에게 비누와 정수알약을 보급하고 손씻기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티에선 지난 100년 가까이 콜레라가 없었던 까닭에 대다수 주민들이 콜레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수인성 박테리아 전염병인 콜레라는 심한 설사와 구토, 탈수증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몇시간 안에 목숨을 잃게 된다.
아이티 보건부 소속 전문의인 조슬린 피에르루이는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겁먹지 말고 위생 요령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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