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등에 무리한 조업 “개도국 광산 안전규정 강화를”
지하 700m의 갱도에 매몰된 지 69일 만에 구조된 칠레 광부들의 생환은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극적인 감동과 환희 뒤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컴컴한 땅속으로 내몰리는 광산노동자들의 곤궁함과, 안전보다 영리를 앞세우는 광산업체의 탐욕이 가려져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산호세 광산은 이전부터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4일 전했다. 2004년 이후 최근까지 안전규정 위반으로 42차례나 벌금을 물었고, 2006년에도 붕괴사고로 광부 180여명이 다친 전례가 있다. 급기야 2007년에는 칠레 정부가 광산 폐쇄를 지시했지만, 세계적인 원자재 수요 증가로 금과 구리 값이 급등하자 1년 만에 조업을 재개했다. 산호세 광산을 포함해 900여개의 광산이 몰려 있는 칠레 아타카마 지역의 광산 감독관은 단 3명뿐이라고 한다.
리오 틴토, 비에이치피(BHP)빌리턴, 발레 등 글로벌 광산업체들은 특히 최근 10년 새 안전 개선에 상당한 돈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선 지금도 안전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영세업체들이 난립해 아슬아슬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에만 광산사고로 263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광산사고 사망자의 80%에 이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지난해에만 165명의 광부가 사고로 숨지자, 전국광부노조연맹이 안전규정 정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호세 광산의 수직갱도 붕괴사고도 19세기에나 일반적이었던 사고 유형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한편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13일 “산호세 광산은 후대에 희망을 불어넣는 국가 기념지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에) 책임 있는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탄광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내비쳤다. 옥스팸 아메리카의 채굴산업 자문관인 키스 슬랙은 “남미지역 광산업의 안전규정과 정부의 광산 관련 문제점 대응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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