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법안 단독통과 3분의2 의석 확보 실패
26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우고 차베스(56) 대통령의 집권 사회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했지만, 야당 연합체인 ‘민주연맹’(DUC)이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는 12년째 집권중인 차베스 대통령과 그의 사회주의 정책노선에 대한 일종의 국민투표로 간주되어왔다는 점에서 야권의 사실상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총선을 거부하고 후보를 내지 않았던 야권은 주요 법안 통과나 대법원 판사와 선관위원 등 주요 관리의 임명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차베스의 재선을 저지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티비사이 루세나 국회의장은 27일 오전 대부분의 개표가 이뤄진 결과 총 165석 가운데 집권 사회당이 적어도 96석, 야권 연합이 적어도 61석을 확보했다며, 나머지 8석은 소수 정당에 돌아갔거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의석이라고 말했다.
차베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확고한 승리”를 거뒀다고 자축했지만, 야권의 반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야당은 특히 줄리아주에서 15석 가운데 12석을 차지하는 등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번 선거 승리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차베스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범죄율 상승과 물가 급등 등으로 지지율이 낮아졌다.
베네수엘라 전문가인 캘리포니아의 포모나대학의 미겔 틴커 살라스 교수는 “이번 총선 이후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둔 차베스 대통령은 만연한 범죄와 폭력 문제, 경기후퇴, 인플레 등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좀더 실용적인 노선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차베스에 맞설 강력한 후보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베스는 이번 총선이 부자와 미국 정부 내 적대세력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야당 정치인들과 자신의 볼리바르 사회주의 혁명 간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야권은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 원칙과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중대한 기회라며 유권자들을 설득했다.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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