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협정 개정 앞두고 ‘못박기’…핵 주권론 견제 의도
2014년 만료를 앞둔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양국간 개정협상을 앞두고 미국 핵안보 관련 고위 당국자가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22일(현지시각) 분명히 했다.
토머스 디아고스티노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 차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 언론 브리핑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려는 한국의 의도가 핵 안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발언은 최근 한국 내에서 부상하고 있는 핵주권론을 우려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입장이 담긴 것이다.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차원에서 건식처리방식인 ‘파이로 프로세싱’을 이용한 재처리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핵비확산을 이유로 거부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미국의 핵기술을 이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1974년에 체결된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재처리뿐만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의 운반 및 관련 연구과정까지 미국과의 협의를 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으로부터 인수하는 특수 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형태나 내용에 변형을 가할 경우 양국이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했으며, 미국산 핵연료의 제3국으로의 재이전에 대해서도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한국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치·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04년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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