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제재 단행 압박 커질듯
미국 재무부가 16일(현지시각) 지난 7월 발표된 미국의 독자적 이란제재법인 ‘포괄적 이란제재법’(CISADA)의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예상보다 일찍 시행세칙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이란에 대한 독자제재안과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폐쇄에 대한 입장 결정도 좀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제재의 시행 주체인 미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마련한 시행세칙은 외국 금융기관이 대량파괴무기 개발과 외국 테러단체를 지원하는 이란 정부(혁명수비대 포함)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이란인들의 활동을 돕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들의 돈세탁에 개입하거나 이와 관련된 이란 중앙은행의 활동을 돕는 행위 등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외국기관은 제재 대상 리스트에 포함되며, 미국 금융기관에서 일반계좌 및 결제계좌의 개설과 유지가 금지돼 국제 금융거래에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된다.
시행세칙은 특히 제재 대상을 위한 ‘중대한(significant) 금융거래’를 돕는 행위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한 금융거래’의 판단 여부에 대해 미 재무부가 사안별로 규모·빈도·수준·성격·영향 등 요인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자의적인 법적용이라는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행세칙은 이를 위반할 경우 민사적으로 최대 25만달러 또는 거래액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하고, 형사적으로 100만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20년 이하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시행세칙이 나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 등도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도 독자적 이란제재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결정을 앞당기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세칙이 우리의 독자제재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우리 정부는 최근까지 “우리 대책은 미국 이란제재법의 시행령(시행세칙)이 나오는 10월1일 정도(법 발표로부터 90일)가 돼야 구체 내용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시행세칙을 발표함으로써 우리 정부로서는 ‘시간벌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하나 없어졌다. 정부 당국자는 “보통 시행세칙을 만들 때는 90일을 넘기는 것이 관례인데,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의 시급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칙에 멜라트은행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이 은행은 이미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 기업 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태다.
안선희 류재훈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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