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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캐나다는 빼고…” 중남미 ‘국제블럭’ 시동

등록 2010-02-24 22:57

32개국 창설 합의…차베스·우리베 몸싸움할 뻔도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영향권 이탈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리우그룹 회원국을 중심으로 중남미와 카리브지역 32개국 지도자들은 23일 멕시코 칸쿤에서 이틀째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부유한 두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미주대륙의 새로운 ‘국제블럭’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의를 주최한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이 블럭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태 발전은 중남미에서 좌파정권의 잇단 등장과 미국의 영향력 쇠퇴 등으로 인한 당연한 변화로 읽힌다. 크게 보면,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포스트 아메리카’로 옮겨가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한 것이다. 1828년 먼로주의 선언 이후 미국의 뒷마당으로 치부됐던 중남미 지역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최악의 반미지역으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과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는 등 ‘스마트외교’를 통한 변화를 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이라는 거창한 원칙을 합의하긴 했지만, 새 기구의 구체적인 윤곽은 내년에 열릴 베네수엘라 정상회의에서나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좌·우파 정부가 혼재한 중남미의 상황 때문에 미국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한 새로운 국제기구 출범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콜롬비아와 칠레 등 친미적 우파정부들은 1948년에 창설돼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주기구(OAS)의 존속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 좌파 정부들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기구가 미주기구를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에 대해 “미국이 블럭 창설을 방해하기 위해 보낸 첩자”라고 비난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우리베 대통령은 무역제재 문제로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올해말 퇴임 예정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새로운 국제기구의 수장을 맡는 식으로 정리가 될 경우 이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의 신망과 중남미의 지역강국으로 떠오른 브라질의 위상은 새로 출범하는 국제기구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남미에서 반미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미국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들은 미국의 강력한 파트너들이고 미국은 이들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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