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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집속탄 금지협약’ 주요국 빠진채 8월 발효

등록 2010-02-21 18:58

30개국 비준…미·중·러 외면
한국도 “북과 대치중” 거부
대인지뢰와 함께 반인도주의적 무기로 비판받아온 집속탄(일명 확산탄) 금지협약(CCM)이 지난 16일 최초 30개국의 비준서 기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 올해 8월1일 발효된다. 그러나 최대 생산·배치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한국, 북한 등 주요 생산·배치국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대포나 다연장로켓 또는 공중투하로 발사되는 집속탄은 한 개의 대형폭탄 속에 들어 있는 수백개의 자탄을 분리·폭발시켜 축구장 2~3개 넓이 안에 있는 인명과 차량 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자탄 가운데 불발탄이 많게는 40%에 이르러, 전투가 끝난 뒤에도 대인지뢰처럼 민간인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특히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 당시 개전 72시간 동안 400만개의 자탄을 투하해 민간인 273명과 해체요원 57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쳐 국제금지운동에 불을 붙였다. 역사상 집속탄을 사용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등 적어도 14개국이고, 생산국은 적어도 28개국, 보유국은 적어도 76개국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8년 5월 초안이 채택됐던 집속탄금지협약은 현재 프랑스·독일·일본 등 30개국이 비준서 기탁을 마쳤고, 서명국은 94개국에서 104개국으로 늘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미 군축협회 등 인권·군축단체들은 “민간인의 생명과 사지를 앗아가는 폭탄의 사용은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협약 가입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6년 집속탄의 사용과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아직 과거 행정부의 정책을 고치지 않고 있다. 해럴드 고 미 국무부 법률고문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7억개 이상의 자탄을 재설계하고 자폭능력을 갖춘 신형으로 대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풍산과 한화가 이를 생산하며 파키스탄 등 외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목적과 취지는 동의하지만 북한과 대치중이라는 특수한 군사안보적 상황 때문에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인지뢰금지조약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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