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고지 안해줘…알려준 뒤론 입 다물어
지난해 성탄절에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착륙을 앞둔 여객기를 폭파하려다 실패한 우마르 압둘무탈라브는 미란다 원칙(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채 병원 입원실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에게 범행 전모를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에이피>(AP) 통신은 24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복수의 수사관들을 인용해 테러 직후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당시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압둘무탈라브는 구급차 안에서 비행기에 또다른 폭탄이 있다고 주장해 당국을 바짝 긴장시켰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방수사관들은 압둘무탈라브가 병실에 옮겨진 지 1시간 반 뒤부터 최초 심문을 벌여, 그가 예멘 알카에다로부터 훈련과 테러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공공안보에 대한 위협을 끝내기 위한 수사에서는 피의자에게 미란다 원칙을 알리지 않는 게 허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압둘무탈라브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2차 심문은 워싱턴의 지시에 따라 특별수사팀 대신 연방수사국의 다른 수사관들에게 맡겨졌다.
미국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당시 또다른 테러가 진행중인지 여부를 신속히 파악할 필요가 있어 미란다 원칙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수사 당국은 압둘무탈라브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미국의 대테러 당국에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둘무탈라브는 1차 심문을 마치고 집중 치료를 받은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았으며, 이후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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