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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부동산 투기열풍 미국 휩쓴다

등록 2005-06-06 19:42수정 2005-06-06 19:42



저금리·유동성 과잉 ‘빚내 집사기’ 부채질
“폭발직전 거품”…꺼질땐 가계파탄 우려도

“미국 플로리다 남부의 한 부동산 투자자는 마이애미의 고급 아파트를 42만5천달러에 계약한 뒤 즉석에서 되팔아 10만달러의 차익을 챙겼다.”(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

미국의 부동산투자 열풍이 심상찮다. 평범한 직장인들마저 단기차익을 위해 모기지론(주택담보 대출)으로 집을 사는 등 투기적 양상이 뚜렷하다.

5년새 최고 135% 올라=전미부동산중개업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미국의 중간규모 주택(37평 안팎)의 평균가격은 20만6천달러로 1년 전보다 15% 뛰었다. 5년 전과 견주면 55%나 올랐다. 같은 달 기존주택 판매량도 718만채(연율로 환산한 값)으로 사상 최대였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단독주택 값은 최근 5년새 135%나 급등했다. 미 유시엘에이대 산하 경제연구소는 “일부 해안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터지기 직전의 거품과 같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부동산의 높은 수익률이 ‘빚내서 집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5년전 선금 20%를 주고 산 15만달러짜리 집값이 55% 올랐다면, 3만달러로 8만2500달러를 번 셈이어서 수익률이 무려 275%에 이른다는 것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의 ‘떴다방’ 같은 단타 매매, 미등기 전매, 착공전 매매 등 그동안 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편법 거래도 흔해졌다고 〈타임〉은 전했다.

‘베이비 부머’ 수요도 맞물려=미국 부동산 호황의 최대 동력은 저금리다. 미국은 ‘닷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2001년 이후 연방기준금리를 1%까지 낮춰, 지난해 중반까지 사실상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90년대 8%를 웃돌던 30년 상환 모기지론(장기주택대출) 금리는 연 5.75%(올 1분기 평균치)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넘쳐나는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부동산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2001년 ‘코스닥 거품’이 꺼진 뒤 저금리 기조 속에 신용카드 소비와 부동산 대출이 급증한 것과 비슷하다.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으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주택 경기 호황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30%가 투기적 차입거래=미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3%대로 올려놨다. 저금리에 기댄 투기적 주택 수요와 집값 상승의 거품 붕괴를 우려할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1주택 보유자가 2번째 집을 사들인 건수는 지난 2002년까지 연간 40만채를 줄곧 밑돌았으나, 지난해에는 100만채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중 상당수가 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필라델피아와 펜실베니아 등지에서는 금융비용 부담을 못이겨 경매로 나온 주택이 평소 월 300채에서 1000가구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돈을 빌려 집을 산 투자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지 않으면 원리금 부담 때문에 곧 재정적 한계에 이를 것”이라며 “과거 ‘닷컴 거품’이 꺼진 자리를 (상승 여지가 남아 있는) ‘부동산 거품’이 대체한 것이란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거품 징후를 인정하면서도 자산가격에 연동한 금리정책을 펴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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