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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150년만의 강진 왜?

등록 2010-01-14 19:12수정 2010-01-15 01:01

북아메리카판-카리브판 사이 250년동안 축적된 에너지 요동
 12일 오후 4시53분(현지시각)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은 서반구 최대 빈국인 아이티를 한순간에 나락의 구렁텅이로 쳐박았다.

이번 강진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남서쪽으로 15㎞ 떨어진 진앙의 심도 10㎞의 땅속 진원에서 발생했다. 지진의 원인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에 따르면, 아이티 북쪽의 북아메리카판과 남쪽의 카리브판의 갑작스런 엇갈림에서 비롯됐다. 지질학자들은 두 판 사이에 존재하는 소규모판인 고나브소판의 경계에 위치한 앙리킬로-플랜틴가든 단층선에서 갑작스런 수평이동단층운동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이 단층선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 지질조사국(BGS)의 로저 무슨 박사는 “아이티의 지질구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주 지진을 일어나는 산안트레아스단층선과 비슷하게 두 판이 서로 수평으로 엇갈리는 구조”라며 “250년간 축적됐던 단층운동에너지가 한 순간에 터져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지각의 균열이 있었을 것이며, 지표면이 1m 정도의 이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카리브판은 북아메리카판에 비해 매년 20㎜씩 동쪽으로 이동하는 반면, 앙리킬로-플랜틴가든 단층선은 매년 7㎜씩 이동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런 위험성을 들어 2004년과 2008년 앙리킬로-플랜틴가든 단층선에서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진 예고의 특성상 단기적인 예고가 아닌 한 실질적인 경고가 되지 못한다. 위험한 단층선 위에서 살고 있는 아이티 국민들은 최근 150년간 지진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진지역에 살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진에 대한 안전 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지진으로 대통령궁을 포함한 정부청사와 호텔 등 대형 건축물이 무너져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실 건축도 피해를 키운 한 원인이다. 콘크리트 가격이 비싸 모래를 많이 섞고, 연료용으로 남벌이 성행해 목재는 구하기 어렵다. 국민 절대 다수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빈국에서 견고한 건물을 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이티에선 18세기에 여러차례( 1701, 1751, 1770년) 대지진을 겪었고, 특히 1751년 대지진 때는 이제 막 건설되기 시작했던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완전히 파괴된 적이 있다. 인근 자메이카에선 1692년 대지진으로 포르트로얄이 완전 파괴됐고, 1946년 도미니카 대지진으로 2천여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50만톤의 티엔티폭발과 맞먹는 규모의 이번 지진의 피해가 인구가 밀집한 포르토프랭스와 그 인근에만 집중된 것은 상대적으로 지표에 가까운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진의 진도를 표시하는 MM규모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에서 규모가 7~9였던 반면에, 인접국인 도미니카의 산토도밍고와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 쿠바의 관타나모에서 규모 3으로 감지됐을 뿐이다. 또 육지에서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태평양 쓰나미경고센터는 지진 직후 발령했던 쓰나미 경보를 곧이어 취소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강진의 경우에 수일ㅡ 수주동안 여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진 발생 이후 진도 4.5 이상의 여진이 30여차례 발생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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