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정보요원으로도 활동
미 중앙정보국(CIA) 아프가니스탄 전초기지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미국과 알카에다뿐 아니라 요르단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던 3중 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2009년 마지막날 중앙정보국의 정예요원 7명과 요르단 정보요원 1명을 폭사시킨 테러범이 요르단의 의사 출신인 후맘 칼릴 아부 무달 알발라위(36)라고 미국 정보기관의 전 고위관리 등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알발라위는 1년 전께 알카에다의 인터넷 사이트 관리 혐의로 요르단 정보국에 체포된 뒤 정보원으로 포섭됐으며, 요르단 정보국은 그가 전향했다고 확신해 미 중앙정보국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알발라위를 지하드(이슬람 성전) 자원자로 위장시켜 알카에다에 침투시키기 위해서였다.
이후 알발라위는 9·11 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 라덴의 ‘오른팔’인 알자와히리의 행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미 중앙정보국의 아프간 기지에 드나들 수 있었다. 알카에다 지지자가 요르단 정보국에 포섭된 뒤 미국의 정보원으로 변신했었지만, 실제로는 알카에다와 지속적으로 연계를 맺어오다 자폭 테러를 감행했다는 ‘첩보영화’ 같은 얘기가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5일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의 고위 지도부에 침투하려던 미국의 계획을 지연시켰을 뿐 아니라 알카에다가 미국의 추적자들을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이번 테러가 수년 동안 중동 지역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가장 가깝고도 유용한 동맹이었던 요르단 정보국과 미 중앙정보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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