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난사범 이어 여객기 폭파기도범 소속 없는 듯…대응 어려워져
미래의 테러리즘은 ‘외로운 늑대’들의 무대가 될 것인가?
지난 성탄절 발생한 미국 여객기 폭파 미수 사건의 범인인 압둘무탈라브(23·나이지리아)는 테러 전과가 없고 정치적 압박을 받지도 않은, 유복한 집안 출신의 엘리트 공학도였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알카에다와 접촉하고 폭발물 사용 훈련까지 받았다.
앞서 지난달 미국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숨지게 한 미군 장교 말리크 하산 사건도 테러단체와는 무관한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났다. 독실한 무슬림인 하산은 이슬람 지역으로의 파병을 거부하는 와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테러리즘에 새로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 전직요원 미셸 쥐노가쓰야는 28일 캐나다 <시티브이>(CTV) 인터뷰에서, 미국 항공기에 가해진 위협은 테러리즘의 ‘새로운 시대의 징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와 전혀 관련이 없으면서도 그들의 목적과 이념을 수용하고 홀로 공격에 나서는 개인”이 테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탄절 여객기 공격이 이런 유형의 테러라면, 이는 수사관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의 테러는 사전에 흔적들을 남겨 수사가 쉬운 편이지만, 단독범행은 오랜 기간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공격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7일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엔엔>(CNN)과의 대담에서 “압둘무탈라브가 공모조직의 일원인가, 아니면 ‘외로운 늑대’인가”라는 질문에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현재로선 그가 더 큰 테러단체의 일부라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피터 훅스트라 의원(공화)은 이날 <폭스뉴스> ‘일요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 실제 위협이 존재하며, 그것은 ‘외로운 늑대’, 알카에다와 접촉한 뒤 급진화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미군 기지 총기난사범 하산도 2001년에 버지니아주의 이슬람 사원에 다니면서, 예멘 출신의 급진적 이맘(이슬람 성직자)인 안와르 알아울라키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쥐노가쓰야는 “지금까진 테러를 안보 관점에서 대응해왔지만, 이젠 테러리스트를 행동에 나서게 하는 정치적, 경제적, 법적 정당화(논리)를 이해함으로써, 테러리즘의 진정한 근원에 접근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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