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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새 독극물 사형집행은 합법 가장한 생체실험”

등록 2009-12-08 20:40

미, 기존 3종 혼합방식서 단일약물로 바꿔 논란
미국에서 8일(현지시각) 예정된 새로운 독극물 주입에 의한 사형집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하이오주 교정당국은 1급 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된 케네스 비로스에 대해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독극물을 사용해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문제는 3가지 독극물 혼액을 주사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티오펜탈나트륨이라는 새로운 독극물 한 가지만을 주입하는 방식을 사형집행에 처음으로 적용하려는 데서 불거졌다.

현재 미국에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37개 주 가운데 1곳만 뺀 모든 주에선 3가지 독극물 혼액을 정맥주사해 사형을 집행한다. 이번에 단일 독극물 주입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지난 9월 또다른 사형수에 대한 혼액 독극물 사형이 실패한 데서 비롯했다. 당시 사형집행팀은 두 시간 동안 18차례나 사형수의 팔에 ‘죽음의 바늘’을 꽂았으나 끝내 정맥을 찾는데 실패했고, 사형수는 극도의 공포에 지쳐 엉엉 울다가 실신 지경에 이른 뒤 집행이 연기된 바 있다.

새로운 독극물인 티오펜탈나트륨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거쳤지만, 사람에게는 아직 한번도 주입된 된 바가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치명적 독극물을 임상시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로스의 변호와 사형반대론자들은 독극물 사형 실패의 문제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연방 순회항소재판부와 대법원에 사형집행 연기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잇따라 신청을 기각했다. “독극물 사형이 실패할 위험이 미국 헌법을 침해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팀 스위니 변호사는 “이것은 합법을 가장한 생체실험”이라며 “사형을 집행하기 전에 더욱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하이오주의 찰스 윌리 검사는 “누군가는 처음이 돼야만 한다”며 “이번 사형 계획은 어려운 사회적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미국 여러 주들의 오랜 역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단일 독극물 주입식 사형에 걸리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기존 방식의 7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오하이오주 당국은 새로운 방식의 사형이 실패할 경우, 다른 2가지 독극물을 근육에 주사 하는 비상 보완책(?)을 세워두고 있지만, 이 역시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데다 약물 효능도 검증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반인도주의적 생체실험에 경악한 인류사회는 1947년 ‘뉘른베르크 강령’을 통해 임상시험에 관한 국제적 생명윤리 기준을 세웠다. 강령은 어떠한 임상시험도 피실험자의 자발적 동의와 사회적 공익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사형제도는 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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